베트남 여행의 시작 - 혼자서 기대하고, 혼자서 상처 받고

그렇게 태국에서 베트남을 건너왔어.

공항에서 빠른 걸음으로 이미그레이션까지 걸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뭐이리 사람은 많은거지...이렇게 많은건 처음보는거 같은데.

이거 언제 다 기다리냐...웃긴건 자국민(베트남사람전용) 이미그레이션에는 사람이 없어.

나와 함께 걸어온 서양인 브로는 익숙한지 바로, 자리에 앉더라고, 그래서 나도 그냥 앉아서 기다렸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미그레이션은 조금 여유가 생겼고,

이제는 눈치싸움이 시작되는거 같았어. 분명 다음 비행기, 또 다음 비행기가 있을꺼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서양인 브로는 좀 더 버티는듯했어.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미그레이션은 무사 통과.

노이바이 공항에서, 이제 하노이 호안끼엠으로 가야하는데,

예전에는 그냥 콜택시를 불렀지만, 이젠, 그냥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어.

빠르게 검색을 해서 버스시간과 버스번호를 알아보고,

나를 낚아채려는 수많은 호객꾼들로부터, 빠져나온뒤, 버스를 기다렸어.

버스는 거의 만석이더라고.

오만동 대략, 2,500원을 주고 버스에 올라탔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중간중간, 위치를 확인 할 수 없어서 약간 불안해졌어.

버스를 타면 항상, 다른곳으로 가지는 않을까? 벨을 누르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지 않을까?

이런 여러 생각이 들거든

그래서 옆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까, 영어를 전혀 못하시네..

결국 몸짓 손짓으로, 호안끼엠까지 가냐고 겨우 물어봤고, 아주머니는 걱정말라고

하시면서 버스기사에게 다시 물어보고, 나에게 알려주셨어.

시내에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수록, 더욱더 많은 오토바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주머니가 먼저 내리고, 한참뒤에 내렸어.

몇년만에 오는 호안끼엠인가.

변한듯하지만, 변함없는 모습과 호안끼엠의 냄새.

오랜만에 복귀를 했지만,

일단은 예약해둔 숙소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어.

숙소에서 체크인을 모두 끝마치고, 방으로 갔는데.

가장 꼭대기층을 주었네, 뷰는 볼 것도 없지만.

싼맛에 묵는거니까~

8만원에 이정도면 나쁘지 않지~를 머리속으로 외치며,

그리고 정확히 떠나는 날 후회를 하지.

짐을 대충 던지고, 배가 고파서 일단 숙소 밖으로 나왔어.

이미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지.

2년전..아니 7년전에 호안끼엠주변은 완벽하게 마스터 했으니까.

오랜만에 소고기 쌀국수가 먹고 싶어서 바로 발걸음을 옮겼어.

중간중간 맛있어 보이는 쌀국수집이 있지만, 일단 시작은 늘 가던곳으로.

숙소에서 걸어서 약 3~4분정도밖에 안걸리네.

다들 하노이 호안끼엠에 오면 무조건 먹으러 온다는 이 곳

퍼 짜쭈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나도 빠르게 줄을 서서 주문을 했지.

절대 고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테이블에 많은 사람들과 달리, 음식 나오는 속도는 아주 빨랐어.

내가 주문한 소고기 쌀국수가 바로 나왔고,

바로 합석해서, 먹기 시작했어.

여기만큼 소고기를 많이 주는 곳이 없어.

소고기 쌀국수 원픽은 무조건 여기야.

정신없이 고기와 국수를 먹다보니...

어느새 한그릇이 뚝딱.

배도 부르고,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양보하고 밖으로 나갔어.

디저트나 마실꺼를 찾아서 돌아다니다 보니까

박항서 감독님이 찾아온 분짜집도 있었네.

한글을 잘 써놓은거 같았어.

물론 나는 분짜집도 따로 있어서 빠르게 지나갔어.

배가 부른것도 있었지만.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찾아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어.

그리고 사장님에게 물어봤어.

" 여기 밖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

" 네 재떨이 가져다 드릴께요. "

자리에 앉아서 시가를 꺼냈어.

공항 면세점에서 겨우 구한 시가.

요즘에 면세점에 시가들이 다 철수하면서, 큼지막한거만 남겨져 있더라고

예전처럼 종류도 많지도 않고, 구하기가 더 힘들어 진거 같네..

미니도 싫고, 클럽도 싫고 적당한 굵기에 적당한 길이의 시가를 찾는게 이렇게 힘들다니.

시가에 불을 붙히고, 잠시 생각을 했어.

주문한 음료가 나왔어.

버터플라이 피? 티어스? 아무튼 그런 이름의 음료였는데, 색깔이 참으로 이쁘네, 지금 다시보니까.

한모금 들이키고, 잡생각에 빠졌지.

이건 분명 어디서부터 뭔가 어긋나있었어.

베트남에 들어오기전부터, 아니 여행을 계획할때까지는 분명 괜찮았는데.

베트남 들어오기 2~3일전부터, 그러더라고

갑작스런 허무함과 공허함 그리고 걱정. 한방에 밀려오더라.

예전에 하노이에 있을때부터 연락하던 그녀가 갑자기 연락이 안되더라고.

꽤 나름 오랜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분명 여행 떠나기 전에도 연락이 되었었고.

내가 분명 입국 날짜도 알려줬는데, 갑자기 이렇게 잠수를 탄다고??

진짜 온갖방법을 통해서, 그녀에게 연락했어.

예전에 보내놓은 이메일, 전화번호로 카카오 톡 라인 잘로등등 메신저 어플로도 연락하고

진짜 남은건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는거만 남았었지.

여기까지가 인연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

아니면 무슨일이 생겼나? 생각도 들고,

갑자기 다른 누군가와 결혼했나? 생각도 들고..

근데 그럴꺼면 미리 말을 하던가? 갑자기 화도 나고...

이 주체할수 없는 감정을 겨우 시가로 진정시키려 하고.

갑자기 마음속에 큰걸 잃어버린 느낌도

잊혀짐에 대한 아픔도.

나와 그녀는 그렇게 서로 아니라고 발뺌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였을까?

시가를 다피우고도 한참이나 멍하니, 앉아있었어.

내가 너무 늦은걸까...?

ps. 퍼짜이쭈엔 갑자기 구글지도에는 안나오네?

아무튼 이 곳에 가면 사람들이 엄청 많이 보이니까, 한눈에 알아챌수 있을꺼야.

PS2. 베트남 그녀와는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시점(23.11.30)에서 약 1~2주전 다시 연락이 닿았음

잠시 쌓였던 이야기를 하고, 다시 그녀와 나는 일상으로 복귀,

예전보다 더 연락은 안하지만, 그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그 당시 연락을 안했다고 했음.

앞으로 그녀와의 이야기는 계속될지는 모르겠음.

나는 계속해서 그녀와의 끈을 놓치않으려고 하고 있음, 내가 베트남에 있을때, 워낙 받은게 많아서.

내가 은혜?를 갚아야 할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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