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기 - 본격 솔플 5일차

전날 밤, 호텔로 돌아와 풀장 옆에 누워 맥주를 마시며 찍은 사진이 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밤에 이렇게 혼자 풀장 옆에 앉아 맥주를 즐길 기회는 흔치 않다.
비치는 많지만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인파 속보다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잠시 생각에 잠기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방콕의 나쁜 공기는 논외로 하자.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오전에는 업무를 조금 보고 주변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비어가든 수쿰빗19'라는 곳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주변 회사원들이 점심을 해결하러 많이 오는 것 같았다.
맛은 그저 그렇다.
나는 입이 짧아서 먹방을 잘 찍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8일 동안 그 흔하다는 땡모반 한 잔도 안 마셨다.
쌀국수는 120밧(토핑 추가) 정도였다.
오후에는 마사지 받고 일찌감치 업무를 마무리했다.

사진은 수쿰빗 터미널 21 근처에 있는 헬씨 마사지에서 찍었다.
타이마사지 1시간에 350밧인데 시원하게 잘 안마해주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 중 두 번이나 갔다.
예전에 헬스랜드에 간 적이 있는데 비싸기만 하고,
안마사 아주머니가 한 손으로 안마하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는 가지 않기로 했다.
오후에는 매칭앱에서 만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외모 상관없이 현지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어디서 볼까 고민하다가 미리 세 곳을 제안받았는데 모두 소카 근처였다.
그중 가장 대중적으로 보이는 노천바이면서 멕시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

해가 저무는 방콕

약속한 시간은 저녁 7시,
우리는 정해진 장소 앞에서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타코스를 두 개 먹고 나니 배가 부르더라.
만난 사람은 그냥 평범한 로컬인이었어.
30대 여성으로 방송국에서 PD로 일한다고 했지.
우리는 아무런 사심 없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시간 정도 나누었어.
그러다 내가 전자담배 반입 금지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지.
그랬더니 그녀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더군.
"내 친구 중 하나도 전자담배를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게 걸려서 2만 밧을 뜯겼다고 전화가 왔었어.
그래서 내가 당장 경찰 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했지."
실제로 보여주는데, 여자 경찰이더라고.
"이 사진 보고 바로 전화해서 경찰 바꿔달라고 했어."
"당신, 나 XX방송국에서 일하는 아무개인데 방금 내 친구 돈 뜯어냈지?
그 사람은 관광객이고 가지고만 있었던 거야,
피다가 걸린 게 아니야. 인정하지?"
"나 당신 사진도 가지고 있고 내 친구 협박해서 돈 뜯어낸 거 바로 안 돌려주면
내가 바로 TV에 당신 사진 내보낼 줄 알아!"
이렇게 이야기하고 바로 돈 돌려받고 풀려났다고 하더군.
또 다른 이야기로는 파타야에서 로맨스를 즐기다 푸잉 남친에게 얻어맞고 병원에 실려 간 한국 친구의 썰도 들었어.
두 시간 동안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듣고 나중에 다시 방콕에 오면 한잔하자며 작별했지.
좋은 친구였던 것 같아.
그리고 난 이 친구에게 신세질 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해.
그 이후에는 소카를 훑다가 문득 카오산로드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진은 광속으로 달리는 택시 안에서 찍은 것이야.
카오산로드는 전에 낮에만 가봤는데 밤에는 처음으로 가봤어.
완전 무슨 난리도 아니더라고...
내가 원하는 편안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은 절대 아니었던 것 같아.
나이대도 젊어 보이고 내가 즐길 곳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바로 한바퀴 돌아서 택시 타고 호텔로 와버렸지.
그리고 이전에 나나에서 라인을 딴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나 일찌감치 호텔 와있는데 너 올 수 있어?"
"나 3시에 일 끝나는데 그때 가도 돼?"
"ㅇㅋ 콜" 혼자서 맥주 홀짝홀짝 하다가 어느덧 시간이 되어서 열어줌...
이 친구는 사실 나이가 좀 있는 푸잉이야.
자기 입으로는 서른둘이라고 했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근데 몸매가 워낙 내 스타일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었어.
난 힙하고 슴을 주로 보거든.
완전 육덕육덕이 내 스타일인 거야.

외모가 나쁘지 않더군.
다만 세월의 흔적이 조금 보이는 것 말고는.
호텔 옥상의 수영장으로 그녀를 데리고 올라가 몇 잔을 더 마신 후,
방으로 내려와 숙제를 하려 했어.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던 탓인지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더라고.
급하게 비상약으로 준비해 둔 시데그라 한 알을 삼켰지만,
이게 혈액에 흡수되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어.
결국 그날은 CD만 낭비하고 아침이 되어 그녀를 보내야 했지.
그렇게 날아간 내 3500밧...
그래도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끔씩 그녀에게 라인을 보내고 있어.
그녀의 매력이 정말 대단해서 무대 위에 서 있으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
여하튼 그날도 우연히 새장국을 맞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