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ENFP. 태초에 유전자가 여행 기질(현지 푸잉및 Working girl과의 접선)-4
짧았던 치앙마이 여행을 마무리하던 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방콕행 비행기가 오후 2시 20분에 출발한다는 사실에 호텔 체크아웃 시간까지 여유롭게 쉴 수 있었던 화요일이었다.


여행 후기에서 언급했던 조식 메뉴가 바로 이곳의 자랑이다. 겉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구성이 매우 알찼다. 다음에 치앙마이를 방문하게 된다면 다시 이곳에 머물 계획이다.

(내 경험상 호텔 프론트에 고양이가 있으면 그 호텔은 좋은 곳이다.) 웃음이 나오는 순간, 나는 울프코리아 지식인 Q&A에 태국 국내선을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올렸다. 국제선처럼 몇 시간 전에 가서 여러 가지를 해야 하는지 물었고, 답변은 다양했다. 1시간 전에 가도 된다는 의견과 2시간 반 전에는 가서 수화물을 붙이고 대기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결론적으로 내 경험상 1시간 전에 도착해도 비행기를 타기에 무리가 없었다. 치앙마이 공항은 크지 않아 이동 동선도 간단하고 통관 절차라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비행기도 출발 15~20분 전까지 게이트가 열려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방콕으로 건너와 단 하루 묵을 호텔을 선택할 때, 나는 위치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방콕 첫날부터 일반인 푸잉, 앞으로는 C라고 부르기로 한 친구와, 예전 파타야 시절부터 알고 지낸 겸이라는 친구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빠듯한 일정 속에 하루 두 번의 만남을 소화해야 했기에 Airport rail link와 가까운 곳을 찾았다.
그리하여 선택한 호텔은 였다. 1박당 9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방 크기를 제외하면 그다지 깔끔하지 않았고, 수압도 약했으며 조식이나 수영장 같은 시설도 없어서 별로였던 기억이다. 다만 파야타이(Phaya Thai)역 바로 옆이라 공항철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방콕에서는 교통체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니까 말이다.
저녁 7시가 되자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C를 만나러 아속 역으로 향했다. 이 친구는 엠쿼티어 내의 오피스에서 일하며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었고, 취미로 K-pop 댄스 커버팀 활동도 하는 드물게 열심히 사는 푸잉이었다. 몸집이 작고 왜소한 만큼 빈유였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Tinder로 시작해 인스타 DM을 주고받으며 거의 한 달 정도 연락을 이어왔다.
사진으로 봤던 모습과 실물이 일치하는 여자였지만, 너무 말수가 적고 착해서 내 타입은 아니었다. 순수하고 올바르게 자란 느낌이었다.

(Pier 21 급식소 방문.)

Pier21 앞에서 만나기로 했던 그 순간, 나는 사진을 찍어 올렸다. 특별히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말이다. 방콕 여행 중 터미널을 이용하지 않았던 이유가 갑자기 떠올랐다. 메뉴를 고르다 결국 한식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북부 여행 동안 버거나 태국 음식만 먹었던 터라 색다른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곳의 가격은 비싸고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지만, 다시 방문할 것 같지는 않다. 코리아타운 2층에 위치한 이 한식당에서 우리는 식사를 했다. C는 한국 여행을 3주 전에 다녀왔는데,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친구와의 여행에서도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아쉬움이 많아 다시 한국을 찾고 싶어했다.
그날의 식사 비용은 ฿1,400이었다. 삼겹살, 육회, 맥주 한 병과 물까지 포함된 금액이었다. 그런데 C는 나를 손님이라며 지갑을 열지 못하게 했다. 감동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것이 원래 태국인들의 데이트 방식인데 우리가 잊고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파스텔 루프탑 바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존심이 상하지만 C에게서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지는 않았어. 하지만 오랜 시간 연락을 주고받다가 만나게 되니 함께 있는 느낌이 들었지. 나도 특별히 마음을 열고 만난 건 아니지만, 태국에 와서 인기가 없다는 사실에 조금은 시무룩해졌어.
저녁 9시 20분, 저녁만 먹고 헤어지기 아쉬워 루프탑 바를 방문했어. 전 여자친구와 가려고 했던 곳인데, 헤어진 후 같이 갈 친구가 없었는데 마침 C와 오게 된 거야.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별로더라.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 때는 인당 ฿8,000 정도 예약해야 자리 잡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래도 야경은 멋있었고 칵테일도 훌륭했어. C가 계산하려 하길래 극구 말렸어. 나한테 관심도 없다면서 왜 지갑을 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 아무튼 화장실 간 사이 몰래 계산하고 이제 볼트를 부르려고 했지.
그런데 볼트 기사들이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그랩을 쓰라고 하더군.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어. 어쨌든 C의 콘도가 파야타이 근처라 같이 택시를 타고 내 호텔에 들러 날 내려주고 자신은 가겠다고 했어.
한국에서 내가 떠보는 식으로 '여행 가면 같이 자고 다음날 출근할래?' 물었을 때 '우리는 처음 만났으니까 너랑 자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라는 답변이 돌아왔기에 굉장히 보수적인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때 겸이에게서 라인이 왔어. 파타야 워킹걸인데 거의 무료라고 해도 될 정도의 금액만 받고 나랑 세 번 만났던 착하고 잘 노는 친구야.
밤 11시 40분, 아속역으로 다시 출발했어. 우리는 함께 카오산 로드에 놀러 가기로 했지. 얘는 파타야 살기 전에 방콕에서 5년 정도 편의점 알바를 했는데도 카오산 로드는 처음이라 신기하더라. 워킹걸 이전에는 일과 집만 반복하며 살았다고 해.
둠칫 둠칫, 흥겨운 음악과 깐-차 냄새가 가득한 여행자의 쉼터. 그곳은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었다.

칵테일 바구니를 손에 들고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귀여웠지만, 가격은 꽤나 비쌌다. 한 잔에 350바트씩 두 잔이라니 말이다. 이번이 카오산 로드를 처음 방문하는 것이었는데, 나름 재미있는 곳이었다. 한국인과 서양인이 많이 보였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음에 온다면 친구들이나 혼자 와서 즐기리라 마음먹었다. 인싸들 무리에 꼭 끼리라 다짐하며.
새벽 3시, 겸이와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 카오산 로드를 첫날에 계획한 이유는 동선상 호텔이 가장 가까울 때 가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쉽게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친구와는 믿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관계를 하면서 잘 맞는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내가 애무를 할 때 겸이도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함께 데이트도 하고 나를 위해 방콕에 1.5일이나 온 이 친구에게 더 정성스레 대했다. 그렇게 한바탕 땀을 흘리고 서로 등을 돌린 채 편안히 잠들었다가 아침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