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출동한 파타야 이야기 -1- 키스마크 8개는 너무하지 않냐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방타이 시절의 내 사진을 올려봤다. 그 시절 내 모습을 본다고 해서 지금의 아재가 된 나와 연결 지을 사람은 없겠거니 하고 마음 편히 업로드했지. 티셔츠도 묘하게 이 사이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고.
1월 동안 주말, 연휴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해서인지, 3월이 되기 전에 한가한 시점이 찾아왔다. 게다가 최근 실패한 연애 때문에 마음도 뒤숭숭했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귀찮고 정신적인 치유가 필요한 상태였다. 그러다 라이코넨 브로가 공유한 정보를 보고 충동적으로 "아몰랑"하며 12일에 파타야로 날아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그곳은 밤 12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니까.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바로 익숙한 워킹 스트리트로 향했다. 호객하는 여성이 마음에 들어 보이는 아고고 바에 들어가 봤는데, 이상하게도 끌리는 푸잉(태국 여성)이 한 명도 없더라. 그래서 스타팅 맥주 삼미구엘 라이트에 라임 넣은 걸 한 병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윈드밀이나 구경할까?' 하고 골목으로 진입하던 중,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드니 어느새 푸잉 네 명에게 둘러싸인 상황. 아... 망했다 싶었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라 그대로 끌려 코코로 들어갔다. 다시 삼미구엘 라이트 한 병을 시켜 들고 주변을 스캔하던 중, 자기 가슴을 주물럭거리던 푸잉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만져볼래?"라는 느낌으로 신호를 보내길래 손짓으로 "아냐, 생각 없어"라며 거절했다. 그런데 이걸 그녀가 "너 가슴 없어서 싫어"라고 오해했는지 이내 좌절하며 주저앉더라. 미안해서 술 한잔 사주고 옆에 앉히기만 했다.
그녀도 자기가 특별히 마음에 들어 불려진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챘는지, 맘에 드는 여성을 앉혀서 구경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자유롭게 둘러보다가도 딱히 끌리는 푸잉을 찾지 못했다. '첫날이니 인썸니아 클럽이나 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다른 푸잉 한 명이 나타나 "다리가 아프다"며 앉고 싶다는 제스처와 함께 술 한 잔 사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옆에 있던 푸잉이 "걔 가슴 실리콘이야!" 하며 질투 섞인 말을 던졌다. 보아하니 둘이 친구인 듯했는데, 이런 관전은 놓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둘을 불러 양쪽에 앉혔다.
둘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걸 지켜보며 터치 없이 편안히 있다 보니, 아까 다리 아프다던 푸잉이 곧 일할 시간이 끝나니까 끝나고 앞에서 기다리면 같이 뭐 먹으러 가자는 제안을 했다. 나도 오케이 하고 기다렸다가, 푸잉과 오토바이에 밀착 탑승해 이동했다. 그런데 그렇게 도착한 곳이 어디냐면... 내가 좋아하는 818! 이래서 통한 건가?

매운 국물을 열심히 먹으며, 누군가 했던 "고기는 먹는 게 아니라 마시는 거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렇게 열정을 다해 음식을 먹는 중 친구들도 합류해서 푸잉 포함 총 세 명이 함께 식사를 즐겼어.
그러다 다리가 아프다고 하던 푸잉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해서, 818 근처에 있는 초코와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챙겨주고 계산까지 마쳤어. 그런데 돌아가려는 순간, 다리 아프다던 푸잉이 갑자기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말했어. 결국 공정거래 없이 프리로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로 향했지.
숙소에 도착해서 푸잉이 특별히 그곳을 깨끗이 씻으라고 했던 게 기억나. 오랜만에 강행군이라 그런지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무려 네 번 정도 체력을 다 쏟아붓는 느낌이었어. 이 정도면 공식적으로 "머신 헤오"라 불려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잠에 들어버렸지.
비행 피로와 숙취, 에너지 소진 탓에 몸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는지 오후 2시쯤에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푸잉에게 부탁해 라인맨 앱으로 세트 메뉴 두 개를 주문했고, 그렇게 배를 채우며 다시 에너지를 조금씩 회복했어.

푸잉을 보내기 전에 작별 인사 겸 간단히 운동을 하고, 내려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마사지를 받으며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렸어.
이때가 13일 오후였는데, 드디어 파타야에 온 게 실감이 나더라고. 그러면서 저녁에 푸잉이 자기 바파인을 해달라고 해서, 어차피 한 번은 해줄 생각이었으니 잘됐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파타야에 와서도 내 나름대로의 공식 루트는 지켜야 했어. 먼저 볼트를 타고 부아카오에 있는 새로 생긴 가게들을 한바퀴 둘러보고, 썽태우를 타고 런웨이 마켓으로 이동해서 로띠 하나를 사 먹었어. 그 다음엔, 헤오 브로가 좋아하는 맥도날드 근처의 칵테일 바에 들러서 칵테일 한 잔을 마셨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트를 던져서 인형 뽑기를 했어. 100바트로 3발이었는데 이번에는 2번만 성공했어. 오늘은 6발짜리 상품 중에 마음에 드는 인형이 없어서 그냥 패스했어.

소이 혹에서 며칠 일을 쉬며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된다는 푸잉을 만나 선물도 건네고 인사를 하러 들렀어. 내가 가져간 인형이 그녀와 닮은 느낌이 들어서 선택했지.

이 푸잉은 몸매가 매력적이라 친구들이 찾던 바로 그 사람. 그렇게 인사를 하러 갔다가 계획에 없던 커넥트4와 젠가 대결에 불이 붙었어. 그런데 와, 왜들 이렇게 잘하는 건지! 젠가 실력들 실화야?

결국 마마상들까지 끼어서 4명이 박 터지게 게임을 하고 나서야 인사를 마치고 나왔어. 그리고 워킹 아고고로 발걸음을 옮겼지. 다시 워킹에 들어가자마자, 다리 아프다던 푸잉과 그녀의 친구들에게 LD를 주문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6잔을 바로 비웠어. 그러다 바파인을 하고 나와 그녀가 가자던 클럽 미스트로 이동했지.
춤을 정말 잘 추는 그녀답게 무대에 올라 너무나 신나게 놀았어. 나는 몸치라 그냥 가만히 서서 허리를 세우고 있는 게 다였지만 말이야. 영상으로도 찍었지만, 여기엔 스크린샷 한 장만 올릴게. 이건 그 순간의 푸잉이야.

옆 테이블엔 한국인 형님들이 계셨는데, 그곳에서 내 푸잉만 민망하게 놀고 있어서 간단히 악수만 하고 헤어졌어. 시간이 4시쯤 되었을 때, 우리 둘 다 지쳐 있었어. 푸잉이 한 명 더 데리고 나가 "슐리섬"을 제안했지만 잘 참았지. 시작 며칠도 안 되었는데 출혈(?)이 꽤 컸거든.
그렇게 광란의 이틀을 보내고, 그녀는 다음을 기약하며 순식간에 떠났어. 한편 내가 방심한 사이 그녀는 "레이디 많아 보이라고" 목에 키스 마크를 8개나 남겼고 말이야. 뒤늦게 거울을 바라보니, 쉣! 옷을 입어도 최소 두 개는 보일 정도였어. 내 나이에 에휴... 하는 마음으로 진정하며 좀티엔 비치로 가 점심이나 대충 때운 후 금발 비키니녀들을 구경했지.

여기가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데, 클럽과 야시장, 그리고 레스토랑이 함께 모여 있어서 무척 편리해. 문득 지난번 파타야 첫 방문 때 수상시장에서 아주 매력적인 표정을 짓던 여우 같은 푸잉이 떠올라 그녀를 찾으러 다시 가봤는데, 이미 일을 그만둔 건지 닮은 사람만 있고 본인은 없더라고. 그때 라인을 따놨어야 했다는 후회와 함께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복잡한 생각까지 잠시 해봤어.

입장료도 비싸고, 그 허무함 속에서 현타는 언제나 헛돈을 썼을 때 찾아오는 법이지.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면서 야간 마실 준비를 하며 여기에 후기나 남겨볼까 싶었어. 이 글이 몇 편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이게 첫 번째 이야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