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태국

짠돌이 방콕 아고고 후기 (3) - 마지막

공룡알밥
2025.03.22 추천 0 조회수 29 댓글 5

 

**2편에 이어 계속...**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빠, 불 좀 켜봐요!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 역시 온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지만, 간신히 힘을 내어 방의 불을 켰다. 
방 안을 비추는 불빛 아래, 침대 위의 풍경을 보고 나는 순간 멍해졌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승리인가. 침대 시트는 어딘가 전쟁터를 연상시키듯 붉은 얼룩으로 가득했다. 내가 당황한 것처럼 그녀의 얼굴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미안해요... 나도 오늘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어요... 오빠, 화났어요?" 그녀는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나도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녀의 울먹거리는 표정을 보고 큰소리를 낼 수 있겠나 싶었다. 마음을 다잡고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괜찮아. 이 정도야 뭐. 크게 신경 안 써도 돼."  
물론, 머릿속은 복잡했다. 호텔 청구비용이 떠오르고, 저 빨갛게 물든 침구들을 어찌 해결해야 하나 계산이 바빴다. 그래도 겉으론 태연한 척하며 수건을 챙겨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로 가서 얼룩진 수건을 물에 적시며 박박 문질러봤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옆에서 그녀도 안절부절못하며 샴푸를 들고 와 말했다.  
"오빠, 이번엔 제가 한번 해볼게요."  
손끝에서 힘껏 샴푸를 짜내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 뭔가 지워지는 것 같기도 하네?"  
하지만 몇 번 더 문지르니 곧 알 수 있었다. "아니네. 안 되겠다, 이건..."  
얼룩은 요지부동이었다. 우리는 흔들리는 세면대 앞에 나란히 서있었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한밤중에 대체 우리가 뭐 하는 거냐?"  
"오빠, 진짜 미안해요... 이런 건 처음이라..." 그녀는 당황스러운 웃음 끝에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지만, 내 얼굴에는 이미 피곤함과 체념이 묻어 있었다. "뭐, 나도 처음이지. 오늘 하루는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결국 우리는 얼룩진 침대 시트와 수건을 수습하고, 남은 맨 침대 위에서 잠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오빠, 저거 호텔에 얼마나 물어줘야 해요?"  
"글쎄... 적어도 1,000바트는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레 가방을 뒤적여 꼬깃꼬깃 접힌 500바트 지폐를 내밀었다.  
"이거라도..."  
그 순간 솔직히 속으로 잠깐 고민했다. '받을까? 말까?' 만약 받는다면,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 짠돌이 소리를 듣는 건 피할 수 없겠다 싶었다. 
그녀의 진심 어린 눈빛을 보고, 나는 괜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기서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됐어. 너도 몰랐었잖아. 그럴 수도 있지." 쿨한 척 그렇게 거절했다.  
"오빠, 혹시 한국에는 언제 돌아가요?"  
"아, 맞다. 내가 얘기 안 했었지. 사실 내일 밤에 떠나."  
"네? 그렇게 빨리요?"  
정말이었다. 아고고 탐방을 시작한 건 여행의 마지막 즈음이었다.  
"아쉽다. 조금만 더 빨리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꼭 다시 돌아와요, 오빠. 기다리고 있을게요."  
"너 손님 많아서 며칠 지나면 나 다 잊어버릴 거잖아."  
"아니에요. 이번에도 약속할게요. 오빠도 약속해주세요.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그리고 절 안 잊어버리겠다고."  
"당연하지. 특히 오늘 같은 밤은 절대 잊을 수 없어."  
그렇게 우리는 한바탕 소동을 뒤로한 채 서로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11:25AM**  
"오빠, 일어났어요?"  
벌써 세수까지 끝내고 돌아온 그녀였다.  
"음… 일찍도 일어났네."  
"오늘 호텔 체크아웃 해야 된다면서요?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빨리 일어나요."  
"그래... 나 짐 싸야 하니까 너 먼저 나가도 돼."  
침대에서 마지막 작별의 포옹을 나눴다.  
"고마웠어요, 오빠. 절 꼭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뭔가를 꺼냈다.  
"아, 그리고 이거…"  
손에 들린 건 구겨진 100바트짜리 두 장이었다.  
"호텔 벌금 낼 때 이거라도 보태 써요. 그럼 전 먼저 갈게요. 점심 꼭 챙겨 드세요."  
그녀는 침대에서 아직 멍하니 누워 있는 내게 돈을 쥐여주고, 마지막으로 뽀뽀를 남기며 떠났다.  
**저녁 8:42PM, 나나플라자 앞**  
공항까지 최소 3시간은 걸린다. 하지만 나는 나나플라자 앞에 서 있다.  
"오늘은 바파인도 못 하는데… 도대체 왜 여길 다시 온 거야, 너는."  
아마도 어제 느꼈던 도파민의 여운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서였겠지. 그래도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다른 여자와 시간을 보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다른 아고고바로 들어갔다.  
"마마상, 콜라 한 잔 주세요."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이 여자, 저 여자 다 불러 앉혀 LD(레이디 드링크)를 건넸지만, 내가 바파인의 의향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챈 푸잉(현지 여성)들은 점점 더 소극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이 아니야… 이게 아니야.'  
가게를 나와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녀가 있는 아고고바로 향했다.  
조용히 그녀를 놀래켜 주겠다는 생각에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살짝 안을 살피니, 그녀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도 아직 나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곧 그녀 옆에서 춤을 추던 두 명의 푸잉이 그녀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발견했다. 그러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자리로 가 조용히 앉았다. 잠시 후, 그녀는 서둘러 무대에서 내려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아직 손님 부르지도 않았는데 오셨네요?"  
"다른 여자 앉히면 안 되는 거죠? 그거 좀 곤란하신가 봐요."  
둘 사이의 대화는 이제 익숙한 농담처럼 자연스러웠다.  
"근데 아까 네 옆에 있던 푸잉들이 날 보면서 너한테 뭐라고 말하던데, 걔네가 막상 내 얼굴 보자마자 내가 누군지 어찌 알더라?"  
"오빠 잘생겼다고 오늘 친구들한테 자랑했어요. 이제 오빠는 여기서 다른 여자 못 앉혀요."  
그 말을 듣고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공항엔 몇 시쯤 가?"  
"11시까지는 가야 해. 출발 전에 너 보러 온 거야."  
"고마워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  
짧은 대화 뒤 우리는 뜨겁게 입맞춤을 나눴다. 어느새 그녀는 나의 무릎 위로 올라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가 떠나기 전까지 기분 좋게 해 드릴게요.  
그녀는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이내 내 바지 안으로 손을 뻗었다.  
내 뒤와 옆에서 남자들이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겨야 해.  
나도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왼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가슴 쪽으로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렇게 키스를 이어가며 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으니,
길을 지나가던 푸잉들이 "오이~~~" 하며 소리를 지르고, 마마상도 다가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우리만의 세상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었어.  
밤 10시 58분.  
아... 시간이 벌써... 이제 가야겠네.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천천히 바지 속에서 손을 빼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묻은 투명한 액체가 길게 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 시선을 끌었다.
아쉽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더 함께하고 싶었는데.  
"나도 정말 많이 아쉬워. 조금만 더 일찍 너를 만났더라면 말이야."  
"오늘처럼 더 즐기고 싶으면, 결국 다시 나를 찾아와야겠죠?"  
"그럼, 당연하지."  
그녀의 환송을 뒤로하고 나는 나나플라자를 걸어나왔다.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 혼잣말처럼 생각이 맴돌았다.  
미쳤나 봐... 그래, 꼭 다시 돌아올 거야.  
마지막 에피소드. 끝.  

댓글 5


시간이 야속 하도다 ㄷㄷㄷ

바로 오는거 아닙니까

아쉬움이 느껴지네요

이제 장소 불문이군요 ㅋㅋㅋ

거침 없는 브로네 ㅋㅋㅋ

자유게시판

전체 필리핀 태국 베트남 그외
필리핀 안녕하세요 관리자입니다.
+73
관리자
2024.08.16 조회 12681
필리핀 필리핀 텔레그램 소통방
+28
관리자
2024.09.10 조회 16766
베트남 호치민 텔레그램 소통방
+20
관리자
2024.09.10 조회 12926
베트남 노하우
전수미
2시간전 조회 13
베트남 3월의 호치민7일차
+5
데스크톱
2025.03.22 조회 36
태국 짠돌이 방콕 아고고 후기 (2)
+10
공룡알밥
2025.03.21 조회 140
베트남 3월의 호치민6일차
+10
데스크톱
2025.03.21 조회 145
태국 짠돌이 방콕 아고고 후기 (1)
+9
공룡알밥
2025.03.20 조회 256
1 2 3 4 5
/upload/0d9e17710414401f8aa444f27afb1803.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