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타이 후기 6편, 역시 태국은 어메이징해!
E를 만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볼트를 타고 이동했다. 사실 E와 함께 숙제를 하는 것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가보지 못한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검색 끝에 센트럴 마리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어쨌든 도착하자마자 E에게서 연락이 왔다. 도착했다고 하며 사진을 보내왔더라.

주변을 살펴보며 위치를 확인한 뒤, 서둘러 E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드디어! E를 만났다. 사진으로 봤던 모습보다는 약간 다르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태국에서 만난 푸잉들 중 최고였다고 생각된다. 정말 굿굿! 키는 약 160 정도로 보였고, 외모는 약간 이국적인 느낌이 있었다. 단, 사진처럼 피부가 하얗지는 않았다. 하지만 뭐 어때? 여전히 충분히 예뻤다. 하하.
우리는 센트럴 마리나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마치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여기저기서 종업원들이 메뉴판을 들고 나타나는 게 아닌가. 우리에게 경쟁적으로 메뉴판을 내미는 모습이 좀 재밌었다. 그래서 E에게 음식을 주문해달라고 부탁하고, 나는 맥주를 주문했다. E가 뭘 먹고 싶은지 묻기에 "업 투 유! 네가 고르세요!"라고 대답했다.
다양한 음식을 주문한 뒤,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함께 즐기며 대화를 나눴다. 광장에서는 밴드 공연이 한창이었다.

음악도 좋았고, 분위기도 참 괜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옆에 있는 E가 정말 아름다워서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졌다.

난 섹시한 외모보다는 조금 더 착해 보이는 여성에게 끌리는 편인데, E는 딱 그런 내 취향에 맞는 사람이었지. 후후.
어쨌든, 우리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치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즐겼어. 정말 마음이 편안했고, 시끄럽지 않은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
다만, 그날 잠을 못 잤던 탓인지 맥주 세 병 정도 마시고 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어. 하지만 더 오래 그녀와 함께하고 싶어서 허벅지를 꼬집으며 그 피곤함을 참았지.
한두 시간 정도 같이 술을 마시다가 분위기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그녀가 여러 장소를 추천해 주더라고.
그중에서 라이브 클럽이라는 곳이 마음에 들어서 거기로 가기로 했어. 그런데 차나 볼트를 부르지 말고 걸어가자고 내가 제안했지. 잠도 깨고 술도 깰 겸 말이야.
둘이 함께 걷기 시작했고, 한 20분 정도 걸리더라. 그렇게 걷는 동안 알게 된 건, 그녀가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는 거였어.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몇 년 전에 한국 남자친구가 있었다며 그때 배웠다고 하더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어.
그곳은 라이브 카페 같은 분위기의 장소였어. 이름은 Tah Siam Music Cafe Pattaya였는데, 분위기도 좋았고 음악도 만족스러웠지.
손님들을 보니 대다수가 중국 형들이 워킹 스트리트에서 데려온 푸잉들과 있거나, 아니면 레보 형들 같았어. 가끔은 푸잉들끼리만 몰려와 술을 마시기도 했고.
노래는 전부 태국 음악이었는데, 생각보다 태국 노래가 괜찮더라. 흥겨운 분위기 덕분에 즐길 수 있었어.
그리고 E와 나는 칵테일을 시켜서 함께 마셨지.

칵테일을 한 잔 더 마시니 기분이 다시 살짝 취하는 게 느껴졌어. 맛도 좋았고, 분위기와 음악, 그리고 E에게까지 취해버렸지. 그렇게 우린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그런데 그곳은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어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더라. 사실 귀찮아서 참고 있었는데, 누군가 시카라는 이름의 전자담배 퀵5000을 건네주더라고. 호기심에 그걸 해봤는데, 어? 예상외로 괜찮았어.
그러던 중, 밤 12시 가까이 되었을 때쯤 E가 호텔로 가자고 했어. 난 사실 조금 더 마시고 더 놀고 싶었지만, E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힘들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응? 얼마 안 마신 것 같은데?"라고 했더니, 자기가 술을 원래 잘 못 마신다고 했어. 그래서 바로 볼트를 불렀지.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피울 때, 얼굴에 살짝 홍조가 오른 E가 너무 예쁘더라. 내가 취하면 다 예뻐 보여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진짜 예뻤어.
그래서 너는 태국에서 가장 예쁜 사람 같다고 슬쩍 플러팅을 던졌더니, E가 넌 핸섬하다고 하더라. 물론 진심은 아니겠지만, 기분은 묘하게 좋았어. 그렇게 볼트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어. 그날 내가 방을 옮겼잖아? 그런데 방 번호를 까먹은 거야. 젠장… 5층까지 올라갔는데도 도무지 기억이 안 났어. 뭐랄까, 나이를 속일 수는 없는 건지 참 한심하더라고. 결국 E와 함께 다시 로비로 내려가 프론트 데스크에서 방 번호를 물어봤지.
그런데 그 상황에서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졌어. E가 직원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데, 마치 옆집 언니랑 얘기하는 것처럼 거리낌 하나 없이 친근하더라. 직원도 역시 편견이나 차별 없이 E와 밝게 얘기를 주고받았어. 그 모습을 보는데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 아, 태국에서는 워킹이라는 직업도 그냥 하나의 직업으로 받아들이는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들에게 편견이 없었는데, 내가 오히려 무의식중에 편견과 차별의 눈으로 바라봤던 거였지. 그런 내 자신이 부끄럽더라.
그 순간이 태국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고, 또 스스로에 대해 가장 많은 걸 깨달았던 순간이었어. 첫 여행 후기에서 썼던 것처럼, 태국 사람들은 삶을 복잡하게 꾸미지 않았어.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거든.
부러움 섞인 감정을 느끼며, 나도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괜히 이야기가 길어졌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후기를 이어나가겠다.
방 번호를 확인한 뒤, 약간은 민망한 기분으로 E와 함께 방에 들어섰다. 잠시 후 E는 씻으러 들어갔고, 나는 음악을 틀었다. 방의 조명을 끄려고 스위치를 찾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스위치가 보이지 않았다. E가 나올 때까지 계속 찾아봤으나 허사였다.
E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무슨 일을 하냐고 묻기에, 불을 끌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나와 함께 스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전화를 넘겨받은 E가 직원과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침대 위의 베개를 들추더니, 침대 한가운데에 스위치가 딱 자리 잡고 있지 뭔가.
조명을 끄고 난 뒤에는 내가 씻었고, 방으로 돌아오니 E는 이미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다. 나 역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고, 이후 서로를 향한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순간들이 이어졌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애정을 표현했고, 그녀도 나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와 줬다.
그런데... 브로들 알지? 또 문제의 순간이 찾아왔다. 예상을 벗어난 상황에서 머뭇거리게 됐지만, 다행히 E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능숙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손과 입을 활용한 그녀의 스킬에 놀라움을 느꼈다. 이런 경험은 태국에서도 처음이었다. 결국 우린 서로 만족스러웠고 이후 같이 샤워하며 하루의 여운을 나눴다.
침대로 돌아와 음악을 들으며 전자담배를 함께 피웠다. 특별한 대화 없이도 우리는 충분히 편안했고, 그렇게 나는 피로에 못 이겨 먼저 잠들었다. 한 시간 반밖에 못 잤던 탓일까? 눈을 떠보니 어느덧 아침 9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옆을 보니 E는 편안히 잠들어 있었고, 나는 방 사진이 궁금할 브로들을 위해 방 내부 사진을 찍었다.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어 숙소로 돌아왔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그날 방을 옮겼던 탓인지 내 방 번호를 완전히 까먹어버렸던 것. 5층까지 올라갔지만 끝내 방 번호를 떠올릴 수 없었다. 순간 당황했던 나는 E와 함께 로비로 내려가 프론트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E와 직원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웃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둘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직원은 E를 전혀 편견 없이 대해주었고, E도 자신의 이야기를 투명하게 나누면서 대화에 진심을 담았다.
그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편견과 차별 없이 직업을 그냥 하나의 삶의 형태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태도가 놀라웠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동안 다소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이 경험은 태국 여행 중 가장 강렬한 깨달음을 준 순간이었다. 첫 번째 후기에서 말했듯, 이곳 사람들은 삶을 복잡하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어쩌면 진정한 자유로움과 단순함은 그런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 보니 E가 화장실에서 씻고 있더라. 나는 불을 켜고 전자담배를 피면서 기다렸지. 이 상황에서 다시 한번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E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거야. 그런데 이미 옷을 다 입고 있더라고. 웃음이 나왔지만 나도 그제야 옷을 챙겨 입고, E의 손에 4000바트를 쥐여주고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어. 그때 시간이 대략 12시쯤이었던 것 같아.
볼트를 부르려고 했는데, E가 이미 호출해 뒀더라고. 그래서 나는 주머니에서 300바트를 꺼내 건네면서 "너 덕분에 즐거웠다"고 말했지. E는 "미투"라고 웃으며 차에 올라타더라.
차에 타서 한 번쯤 날 돌아볼 줄 알았는데, 핸드폰에만 집중하더라고. 뭐,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아쉬운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