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k] 푸잉 맛집 추천 부탁드려요 - 방콕에서의 여덟 번째 추억 (New APP, New GIRL이지만 느낌은 새롭지 않다)-4/1


사진으로도 느껴졌던 특유의 여유로움과 가벼운 분위기에 끌렸던 기억이 나. 패션에도 어느 정도 신경 쓰는 듯했고, 귀여운 얼굴상이 돋보여서 만나기로 결정했지. 상대는 94년생이었어.
솔직히 우리 브로들 중에 원나잇이나 FWB(친구 이상의 관계)보다는 태국인과 진지한 만남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이 어플을 추천하고 싶어. 괜히 좋은 사람들 만날 확률이 높은 것 같더라고. 그녀는 에까마이에 사무실이 있다고 했고, 퇴근하자마자 함께 삼겹살 먹으러 가기로 약속을 잡아뒀지.
그런데 갑자기 저녁 무렵에 "오늘 차이나타운 안 갈래?"라고 물었어. 물론 중국설이라 구경거리도 많고 음식 먹을 것도 많을 날이긴 했지만, 난 오늘 루트66에 가고 싶었거든. 그녀가 수요일에 만났을 때 목요일이 유일한 휴일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내일도 나랑 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일 방문하면 되지'라는 마음에 단호하게 루트를 택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실수를 한 것 같더라.
왜 꼭 직설적으로 "좋아"나 "오늘은 싫어"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차라리 "나 거기가고 싶어"라고 말해줬으면 서로 더 편했을 텐데. 근데 그저 "Up to you(편할 대로 해)"라는 말만 들으면 애매해서 판단하기 힘들 때가 많아. 특히 여러 번 방타이를 경험한 나로서도 여전히 까다롭다니까.

약속대로 우리는 에까마이에 있는 한 한식당에서 만났어. 사진이랑 싱크로율은 대략 80% 정도 되는 외모였고, 꽤 괜찮은 인상이었지.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Bumble에서 만난 푸잉들은 대부분 사진 사기가 없었던 것 같아. 물론 아직 많은 데이터를 쌓진 못했지만 말이지.
상대는 귀여운 인상에 볼륨감도 돋보였고, D컵 이상은 확실해 보였어. 체형도 골반이 넓고 힙 라인이 올라와 있는 스타일이었지. 전에 춤추던 친구나 체육과 나온 애를 만나본 적이 있는데, 평균적으로 이쪽 라인이 속궁합이 잘 맞을 확률이 조금 높더라고.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어.
어쨌든 시간 제약도 있었고, 가게 문 닫기 전까지 딱 1시간 동안 식사를 마쳐야 했지. 그치만 대화는 정말 괜찮았던 것 같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관심사를 공유하고, 일 이야기도 나누면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거든.
루트66으로 이동하면서 그랩 안에서 그녀가 갑자기 내 MBTI를 물었어. 근데 알고 보니 그녀랑 MBTI가 똑같다더라고. 역시 ENFP들은 변덕이 심한 건가 싶었지... 그러다 클럽에 입장했는데, 시끄러운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혼자 노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걸 느꼈어.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줄어들고, 나 혼자 춤만 열심히 추고 있었던 상황이 됐지. 이게 첫 만남의 최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선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어.
중간쯤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어. 친구랑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더니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더라고. 그래도 Hiphop 존이 꽉 차 있어서 스테이지 맨 앞에 자리를 잡고 조니워커 블론드 한 병 까고 놀았지. 그런데 우리 둘 다 무대를 바라보느라 서로 마주 보고 있을 시간도 없었고, 대화도 끊겨버렸어. 그 순간, 내가 장소 선택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지.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차이나타운에 가서 좀 더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즐겨보려 했는데, 진짜 클럽은 나 혼자 갔어야 했던 것 같아. 어쩌면 그 친구는 차이나타운의 뉴이어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치파오를 입고 오고 싶었을지도 몰랐겠지. 하지만 이미 늦은 후회일 뿐이었어.
새벽 1시쯤 되니까 갑자기 친구가 번역기를 통해 묻더라. 자기 친구가 이별해서 슬픈데, 여기 와도 되겠냐고. 솔직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방콕2푸잉이 워낙 착하니깐 그렇다고 할 수도 없더라고.

그리고 결국 그 친구가 왔어. 나이는 2000년생! 한국인 36살 남자랑 1년 사귀다가 일주일 전에 헤어졌다고 하더라. 근데 이 친구가 오니까 방콕2푸잉도 조금 기분이 나아지듯 보여서 분위기 살리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내가 농담 삼아 "오늘 새로운 남자친구 만들어 보자~" 하고 분위기를 띄워봤지. 뭐, 나름 촌깨우(건배)를 외치면서 말이야.
하지만 문제는 그녀의 배탈. 화장실 갔다 오는데 거의 20분씩 걸리다 보니 제대로 놀 수가 없었어. 중간중간 내가 영 까올리(외국 남자) 몇 명을 데려와 춤도 함께 춰보고 했지만, 내 노력만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든 되돌리기는 역부족이더라.
사실 내 마음은 우울했지만, 머리는 자책하며 정신 차리라고 날 꾸짖고 있었어. 결국, 친구랑 방콕2푸잉 둘 다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다"면서 돌아갔지. 아… 이 태국에서 이런 엔딩은 처음이었다구.
새벽 2시 50분.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한국에 있지만 마치 꿈꾸는 듯한 기분이었어. 친구가 번역기를 통해 보여준 문장은 "보통 나는 함께 나가는데 오늘은 배가 너무 안 좋다"라는 내용이었지만, 내 머리는 이상하게 꼬아서 해석했어. '내 상태만 아니었다면 호텔을 함께 갔겠지?'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결국 혼자 방에 남아서 Deep sleep을 했다. 참, 그날은 완전히 날 새게 만든 하루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