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6일차 - 베트남에서 마지막, 그리고 마지막 여행?
어느덧 베트남에서 맞이하는 여섯 번째 아침이었다.
이곳에 온 이후로 맑은 아침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오늘도 역시나 흐린 날씨였다.
게다가 오늘은 8시부터 10시까지 호안끼엠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기와 수도 공급이 차단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에어컨이 작동하는 걸 보니 아직인 듯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려고 하니 이미 수도는 차단되어 있었다.
뚜껑을 살포시 닫아 놓고 아침 식사를 하러 나서기로 했다.
나는 6층에 머물고 있었기에 내려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밥을 먹고 올라오는 것이 걱정되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일단 내려갔다.
생각보다 계단이 비좁고 높아서 내려가는데 꽤나 고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도 로비에는 예쁜 친구가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전기랑 수도가 차단되어 죄송합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짧게 대화를 나누고 밖으로 나가 고민에 빠졌다.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
왼쪽은 장어, 오른쪽은 소... 그래,
어제 못 먹어본 장어 시리즈를 먹어보기로 했다.
왼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살짝 비까지 오는 날씨 속에서 길을 걸었다.
그렇게 5분 정도 걷자 장어집이 나타났고,
어제 먹지 못한 메뉴를 주문했다.
국수와 장어 경단이었다.

국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경단이 다시 튀겨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일정에 대해 고민했다.
'갈까? 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게 망설이는 순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일단 먹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모든 음식을 다 먹고 난 후, 다시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발 엘리베이터가 작동하길 바랐지만, 역시나 아직도 고장난 상태였다.
비가 내리고 습도가 높은 날씨 속에서 6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았고,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물이 나올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습기가 가득한 방 안에 누워 다시 생각에 잠겼다.
'갈까? 말까?'라는 질문은 쓸데없는 내적 갈등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이었다.
참으로 싱겁게 고민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 모르겠다.
결국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는 것이고,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는 것이라 했으니...
그 자리에서 티켓을 변경해버렸다.
그리고 체크아웃을 준비했다.
다행히 체크아웃하려고 하자 엘리베이터가 잘 작동했다.
직원에게 다가가 체크아웃을 이야기하고 근처에 괜찮은 반미집이 있는지 물었다.
베트남에 오래 있었고 자주 왔지만 반미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다행히 내가 지나가는 방향 쪽으로 자기 단골집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10년 넘게 단골집이라나.
아무튼 이쁜 직원에게도 안녕을 고하며 새로운 여정으로 향했다.

그렇게 급히 발걸음을 옮기며,

반미집을 지나쳤다.

성요셉성당은 만남의 장소이자 웨딩 촬영지로 유명하다.
나는 가끔 그곳에 앉아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오늘도 그 주변을 지나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가져온 매콤한 반미 샌드위치를 먹으며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내가 먹던 반미에는 모든 재료와 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멀리서 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다.
다시 준비를 하고, 드디어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노이바이 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이 있다.
내 앞에 앉은 외국인 여성은 국내선에서 내렸기에 호치민으로 가는 줄 알았지만,
국제선 체크인 카운터에서 다시 마주쳤다. 그녀에게 내릴 곳을 알려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려 했으나,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그렇게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마쳤다.

변경된 비행기표를 확인하고, 이미그레이션을 무사히 통과했다.

서둘러 내가 탑승할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와보니 낯설게 느껴졌다.
만약 티켓을 바꾸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게이트에 도착해 짐을 풀고, 보딩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태국 땅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