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기 - 본격 솔플 3일차
나는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
내 마음대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가 없거든.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고,
내 페이스에 맞춰 움직일 수 있어서 되도록이면 혼자 다녀.
필리핀이나 베트남으로 출장 갔을 때도 상사를 에스코트하면서 밤에는 따로 나와서 돌아다녔어.
모험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문제 생긴 적도 없었고,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경찰 부른다고 하면 알아서 물러나더라구.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겠지?
그날은 친구가 이틀 연속 달려서 그런지 나오기 싫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혼자 놀기로 했어.
점심때는 그랩으로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대충 쉬다가 5시쯤 나나 근처로 이동했어.
그날은 나나에서 천천히 둘러본 후 테메로 이동할 계획이었어.
8시쯤까지 나나 환전소 옆 노천바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입성했어.
그날은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느꼈어.
같은 아고고바에서도 자리가 좋지 않으면 좋은 외모의 언니를 만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
물론 시간대가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같은 아고고라도 좌측, 우측, 중간 스테이지의 컨셉이 다 달라.
(혹은 바에 따라 다르겠지만..)
출근한 푸잉들의 수량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바마다 스테이지마다 컨셉이 확실히 있어서 쓱 훑어보고 바로 나가기보다는 '어?' 하는 느낌이 있으면
화장실 가는 척 멀찍이서 한번씩 관찰하고 자리를 바꿔달라고 해서 옮기는 게 좋은 것 같아.
대충 열 시 정도까지 몇 군데 호핑하면서 마셨는데 그날도 역시 레인보우4가 가장 외모가 좋았어.
그래도 그날은 아고고 바파인이 목적이 아니어서 나왔는데 푸잉 하나가 말을 걸었네.
난 너무 마른 푸잉보다는 좀 통통한 푸잉이 좋은데 딱 내 취향인 거야.
가슴골에 손을 슬쩍 얹어보며 자연산인지 확인하려는 듯한 눈빛이 스쳤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일본에서 왔어요."
"거짓말 마세요.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데요."
"맞아요, 저는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신분증을 보여주니 바로 믿더라.
그러고는 오늘 같이 나갈 수 없겠냐고 물어보았다.
그 친구도 꽤나 술에 취해 있었던 것 같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그날은 테메가 아직 남아있었기에,
쿨하게 라인만 따고 곧바로 나왔어.
그렇게 스쿰빗 거리를 걸으며 테메로 향했지.
그날은 예전처럼 대충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좌에서 우로,
그리고 다시 우에서 좌로 천천히 걸어 다녔다.
멀리서 바라보며 맥주를 리필해 한 잔 더 마시고 있을 때,
멀찍이서 눈에 띄는 푸잉이 있었다.
5년 전쯤 테메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그리움이 떠오르며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옛날 친구를 만나러 방콕에 갔을 때였다. 국경일이라 모든 바가 문을 닫았던 날이었다.
달력을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방콕을 방문했고,
운 나쁘게도 연휴 기간과 겹쳤다.
재수가 없게도 며칠 동안 연휴가 계속되었고,
수쿰빗 거리를 방황하다 테메 앞을 지나갔다.
그때 라인을 교환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두 명 모두 친구였고 외모도 괜찮았다.
절대 레보는 아니었다.
그날 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둘에게 연락했다.
호텔에서 함께 술 한잔 하자고 말이다.
술 판매가 금지된 태국 휴일에도 호텔 룸서비스는 가능했다.
맥주를 있는 대로 가져오라고 해서 셋이서 왕창 마시고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다.
브로들, 미안하지만 네가 상상하는 그런 일은 없었어.
내가 맘에 들었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자 남은 한 명은 짐을 싸서 먼저 떠나더라구.
그날 밤은 정말 아직도 기억에 남아.
영어가 통하지 않는 친구였기에 번역기를 사용해 대화를 나눴지만,
다음 날 터미널21에서 밥까지 먹고 헤어졌지.
그런데 그 친구가 너무 많이 닮았던 거야.
"야, 나 너랑 만난 적 있는 것 같은데 기억하니?"
하며 라인으로 대화했던 내역을 보여줬어.
그런데 이 친구가 한국어 패치가 되어있네?
"오빠 한국사람이야?" 그러더니
"이거 나 아니야"라고 하더라.
잠시 얼음이 되었지.
이 뻘쭘함 어쩌려고... 솔직하게 말했어.
"내가 전에 여기서 처음 만났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너무 괜찮아서 기억에 남았어. 같이 나가서 한잔 할래?"
"숏3000 롱 5000인데 괜찮아?"
"업투유"라고 받아치고 바로 계단을 뒤로 하고 테메를 나왔어. 그리고는 대충 걷기 시작하는데 살포시 팔짱을 끼네.
"어디 갈까?"
"나 아무데나 좋아."
그래서 진짜 바로 옆에 보이는 노천바로 향했지.
거기서 다시 한번 사람 잘못 봐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어.
술도 생각보다 잘 마시길래... 나중에는 소주를 시키는 거야.
자기가 한국에서 잠깐 살았었다고 하더라.
근데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괜히 지금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서 노가리 좀 까다 호텔로 갔지.
브로들,
방콕 호텔이나 콘도의 급 높은 곳은 풀장 입구를 밤이 되면 걸어 잠그잖아...
근데 난 좋은 호텔에 잘 일이 없거든.
그만큼 갑부가 아닌 게 주 이유겠지만 밤에는 잠만 자면 되고 빈대
(배드버그)
만 없으면 되는지라 대강 3성급에서 찾는 편이야.
대신 그 예산을 저녁식사나 술값으로 돌리는 편이지.
이 언니하고는 맥주랑 이것저것 마실 걸 사서 밤에 호텔 풀장 옆 비치베드에 가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네.
성격도 괜찮고 붙임성도 있고 사람이 참 괜찮았어.
사업하기 위해 잠깐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진실인지 아닌지는 저 너머에...
그리고 이날 처음으로 알았어.
테메에 들어가려면 푸잉들도 처음에 5천밧을 내야 한다고 해.
그게 하루인지 주인지 달 단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낼 돈이 없는 푸잉들이 밖에 서 있는 거고,
레보들과 섞여 서 있는 애들은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애들일 확률이 높겠지.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던 우리는 어느새 땀에 젖은 채 침대 위에서 두 번의 열정을 불태웠다.
일본에서는 여성을 소중히 대하며 시간을 보냈지.
물론,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막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일본 여성들 중 괜찮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 기준으로는 얼굴과 몸매가 모두 매력적인 사람을 찾기 어려웠어.
덧니가 많고 흡연율이 높아서 치아가 누런 경우도 많았거든.
오랜만에 하루에 두 번씩 달리기를 했다.
먼저 정상에서,
그리고 후배와 함께.
다음 날 아침,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상태로 눈을 떴는데,
그녀가 다시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렇게 총 세 번의 만남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떠나야 한다며 인사를 건네길래,
500밧을 더 쥐어주었다.
브로들,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울 것 같아서 한 장 던지고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