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한 22살 ㄲㄱㅇ와의 만남
벌써 방벳에 온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지난 토요일, 버스에서 한 정거장 일찍 내리는 바람에 우연히 만나게 된 케이크를 만드는 귀여운 22살 ㄲㄱㅇ씨와 약속한 날입니다. 원래는 일요일 밤에 만나기로 했지만, ㄲㄱㅇ씨가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겨 오늘로 다시 약속을 잡았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문자로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ㄲㄱㅇ씨는 저녁 7시에 가게 건너편 후지마트 앞에서 만나자고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점심을 마친 후에는 서호 근처 가장 붐비는 카페로 향해 코코넛 커피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역시 헌팅의 명소답게 평일인데도 ㄲㄱㅇ들이 많이 보이고, 활기가 느껴집니다.
2층 창가자리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옆에는 예쁜 ㄲㄱㅇ 자매가 앉아 있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알고 보니 자매였는데, 언니는 30살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아파트 임대 사업을 운영 중이고, 동생 23살의 ㄲㄱㅇ는 네일 일을 한다고 하더군요. 언니는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았지만, 예쁜 동생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동생은 결혼을 했고 아기까지 있다고 해서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한편, 근처 테이블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한국 아저씨와 두 아줌마가 앉아 수학 관련 사업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저씨는 베트남에 거주 중인 듯했고, 아줌마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들렸습니다. 곧이어 아줌마의 수학 강의가 시작되었는데, 옆자리까지 울릴 정도로 열정적인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30분 정도 그 강의를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오긴 했지만, 더 이상 듣다간 고막이 터질 것 같아 조용히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그렇게 자매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카페를 나와 약속 시간까지 잠시 주변을 돌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 6시 40분경, ㄲㄱㅇ씨와의 약속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도착 후 건너편 가게를 바라보니 ㄲㄱㅇ씨가 여전히 열심히 케이크 작업 중인 모습이 보였습니다. 7시 10분쯤 마지막으로 만든 케이크와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약속 장소로 건너왔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ㄲㄱㅇ씨는 키는 작지만 너무나 착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집에 가서도 작업이 이어질 것 같다며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지만, 바로 옆 식당에 들러 생선 국수를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앞으로는 만나기 힘들 것 같다고 하며,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ㄲㄱㅇ의 표정이 점차 부드러워지고 웃음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나이를 물으며 띠동갑을 두 번이나 뛰었다고 말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는 모습이 참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시간이 되면 만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제가 ㄲㄱㅇ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더니, ㄲㄱㅇ도 제 손등에 입맞춤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움 속에서도 따뜻했던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마트에 들러 숙소에서 먹을 음식을 구입하려고 들어갈 때, ㄲㄱㅇ는 건너편 가게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