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파타야. 40대 틀딱의 방타이9 [2]
아침 7시에 눈을 떠 담배를 한 모금 마신 후, 방으로 돌아와 그녀를 쓰다듬었더니 다행히도 받아주더라. 그때까지만 해도 키스마크 따위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잠깐 자고 일어나 보니 그녀가 내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내 옆에 누운 채로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 보려고 움직였는데, 하의를 벗고 다시 내 옆에 눕는 그녀를 보면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너무 좁은 공간과 준비가 안 된 상태였던 터라,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준비해 둔 딸기 맛 젤을 사용하고 나서야 부드럽게 상황이 풀렸다.
문제는 그녀가 노멀 포지션과 그 변형, 그리고 특정한 태도를 고집하는 스타일이라는 것. 그래서 나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었던 내 입장에선 조금 아쉬웠다. 끝내고 나서 오랫동안 키스를 나눈 뒤 점심 메뉴를 물었는데,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파스타”였다. 간단하지만 예상 밖이었다. 20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영어 실력도 꽤 좋고, 식성도 독특한 편이었다.
또한, 그녀의 성향은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키스마크뿐만 아니라 머리카락도 몇 가닥 뽑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주 꼼꼼히 행동하는 편이라 호텔에서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아이디 카드를 먼저 맡기기도 했다. 혼자만의 정돈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함께 껴안은 채 오후 1시까지 잠에 빠졌다. 이후, 그녀를 배웅하면서 식사를 어디서 할 건지 물어보니 늦었다며 밖에서 먹겠다고 하더라. 떠난 뒤 문득 어떤 친구의 댓글이 떠올랐다, "내 티셔츠는 공공재야." 빈폴 브랜드로 나름 마음에 들어했던 옷인데 그녀가 마음에 든다며 입고 가버린 게 웃기면서도 어쩐지 허탈했다.
문득 거울 앞에 가서 키스마크를 천천히 살펴보니 생각 이상으로 심했다. 바로 약국에 가서 멍 제거 연고와 파스를 사 왔다. 목이 좀 아파 인후염 약도 구매했는데, 약사가 키스마크를 보고 웃음을 참으려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민망했다.
그 상태로 어딘가를 가기는 애매해서 사람이 드문 편인 센탄 지하 푸드몰로 향했다. 카파오무쌉을 주문하니 자연스럽게 점원이 "매운맛에 계란 프라이 추가할까요?"라고 물어왔다. 예스라고 대답하면서도 그녀는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키스마크 때문에 웃음참는 표정을 보는 게 또 한 번 창피했다.

어딜 가기 애매해서 일단 숙소로 돌아와 인후통 약을 먹고 쉬려다 보니, 약 기운이 강했던 건지 깊게 잠들어버렸다. 태국 약은 뭔가 효과도 강하고 가격도 세게 느껴진다. 한국 약값의 세 배 정도라니...
그래도 잠에서 깨어보니 배는 고픈데 밥 먹으러 나갈 힘조차 없어서 또 잠에 빠져드는 것을 반복했다. 그렇게 하루하고도 절반을 잠으로 보낸 셈이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싶으면서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겨우 일어났더니 (8월 9일 오후 4시에 잠들어 8월 11일 아침 7시에야 깬 상황;;;), 문득 Tam이 세븐일레븐 죽을 맛있게 먹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생각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븐일레븐으로 가서 죽과 이것저것 필요한 걸 사 왔다.

돼지고기 죽이 꽤 괜찮아서 먹을만했어.

잘못 사서 곡물이 들어간 제품을 골랐더니 정말 나와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다 먹긴 했다.
한 동안 음식물이 몸에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먹자마자 바로 폭풍 설사를...
그 사이에 참 많은 여인들에게서 메시지가 쌓여 있더라. 일일이 답할 힘도 없어서 죄다 "아파서 2박 동안 잠만 잤다"라는 내용만 복사해서 보냈다.
비타민 D 보충도 할 겸 발코니에서 담배 한 대를 태우며 또 다른 프로틴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맞은편 3층에 사는 여자(같은 사람인 것 같긴 하지만 확실하진 않다)가 오늘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빨래를 정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같은 사람인지 확신은 없지만, 심의를 거치기 위해 노출이 적은 버전으로 올렸어.
너 누구야? 1층의 마사샵 여성이야? 아니면 다른 사람이야? 같은 라인조차 아닌 것 같은데?
샤워하고 나서 키스마크에 연고를 바르고, 파스를 잘라 붙인 뒤 캐리어를 대충 싸서 체크아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