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3일 하노이 꿀~밤 마지막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2박 3일의 여행 일정이었습니다. 일요일 밤 11시 50분에 귀국 비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었고, 따라서 두 번의 밤을 숙소에서 보내기 위해 예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일요일 정오에 퇴실한 후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계획했는데, 토요일 오후에 그 친구가 갑자기 다른 지역에서 온 손님 때문에 집에 있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눈치 없는 친구라니... 결국 급히 하루 더 머물 수 있도록 요청했습니다.

다음 입실 예약이 있어서 S2 숙소에서 S1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뭔가 꼬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벌써 9시를 넘겼습니다. 옆에서는 친구가 제 팔베개를 꼭 붙잡고 자고 있었습니다.

꼬인 일정 속에서 잠시 생각하던 중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제 귀국 시간에 맞춰서 친구도 고향으로 며칠간 간다고 했으니, 친구를 깨워 방을 옮겨야 하니 옷 갈아입고 고향 갈 짐을 챙겨서 1시 반쯤 오라고 말했습니다.

하노이에 방문하면 문 마사지를 꼭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가지 못해서 잠깐의 일탈을 계획했습니다. 문 마사지 XX번에 12시에 예약하려 했지만 이미 만석이라 2시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친구에게 헌신하라는 계시로 받아들이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짐을 싸서 이사 준비를 하고 나니 이제 점심 메뉴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돈까스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나서 강남면옥 옆에 있는 미드니아 돈까스 분식집이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1시가 넘으니 잘로 통화가 왔습니다. "오빠 어디야?"라는 물음에 "응, 1층 커피숍"이라고 대답하고 바로 들어왔습니다. 남은 커피를 시원하게 원샷 때리고 돈까스를 먹으러 출발했습니다.

둘이 손잡고 룰루랄라하며 도착한 돈까스 집에는 이미 자리가 없었습니다. 뭔가 계속 꼬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친구가 "오빠 쌀국수 포틴 맛있어요!"라며 난감한 순간을 잘 해결해 주었습니다.

포틴에서 쌀국수를 먹으며, 작은 국그릇에 담긴 계란 노른자를 곁들여 보았습니다. 그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국수를 먹는 동안, 아침 조회 시간에 들었던 어떤 분의 CGV 영화 관람 이야기가 떠올라 다음 코스를 영화관으로 정했습니다. 꽁에게 영화 보러 가자고 하니, 오랜만이라며 무척 기뻐하더군요. 나이스~

숙소 건물 3층에 있는 영화관은 가까워서 좋았습니다. 성인 두 명과 콜라 팝콘 콤보까지 해서 약 30만 동 정도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베트남에서 영화를 자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저렴하네요, ㅋㅋ. 우리가 본 영화는 류승룡이 출연하는 아마존활명수라는 코미디물이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이 코미디 코드가 맞는지 옆에서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에 저도 덩달아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흐뭇한 영화관 데이트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K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과 샤인머스캣을 사들고 올라갔습니다. 둘이 쇼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곤했는지 내 무릎 위에서 잠이 든다. 아직 전투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을까? 이 자세로 15분 정도 자더니 깨어난다. "오빠 배고파~ 응 밥 먹자~"라고 말한다.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피자는 어떻냐고 묻자마자, 알아서 피자를 주문한다.

쉬림프 불고기 피자와 샤인 머스캣으로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 핫소스가 없으니 많이 먹기가 힘들다. 머스캣은 다 먹었지만, 피자는 네 조각 남겼다. 냉동실에는 안 먹은 아이스크림 두 개가 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픽업까지 두 시간이 남아 슬슬 샤워를 하고 소파에 앉는다. 꽁이가 슬며시 내 무릎 위에 앉으며 "오빠 시간 얼마 없어~"라고 하면서 소중한 공격을 해온다.

소파에서 급하게 전투를 치르느라 흔적이 좀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란다.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전투 장면을 찍고 헤어지려니, 글썽이는 눈망울이 아른거린다...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