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 여행기 보고 간 베트남 여행 - 3편 -
전날 내린 비를 맞으며 걸었던 탓인지,
감기 기운이 서서히 찾아왔지만,
진통제를 하나 먹고 길을 떠났다.

볶음밥. 그날은 타반 마을에 갔는데,
깟깟 마을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느낌이라면 타반 마을은 진정한 흐몽족들이 거주하는 곳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관광지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비가 멈추고 안개가 걷혀 나름대로 풍경이 괜찮았다.
그러나 길이 온통 진흙으로 뒤덮여 있어 운동화 한 켤레를 버려야 했다.
시내에서 천 원이나 이천 원 정도에 빌려주는 신발이 있었는데,
빌렸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날은 사진 찍고 걷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것 같다.
사파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뜨거운 와인이라는 특산품도 팔았지만,
사실상 그냥 뜨거운 와인이었다.
다음 날 닌빈으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하노이에서 만난 여자가 다음 날 일을 쉬니
하노이에 올 수 있겠냐고 물어보아 결국 하노이로 향했다.
애초에 사파에서 닌빈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없어 하노이를 경유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하노이로 떠나기 전, 사파 호수에서 찍은 사진을 마지막으로 7일차는 이동에 온종일 소요되었습니다.
정오에 출발한 버스는 저녁 7시쯤 하노이에 도착했고,
호텔을 잡은 후 하루 종일 커튼을 치고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다음 날 저녁 7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갔을 때, 베트남어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생김새는 다소 혐오스럽지만 맛은 계란 노른자와 백숙의 조화로 꽤 맛있었습니다.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고 나서야 8일차가 끝났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여기서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았습니다.
9일차에는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단지 닌빈으로 이동해 게스트하우스 사람들과 술을 마신 것 같습니다.
예쁜 백마들과 함께였으면 좋았겠지만,
독일에서 온 아저씨 선생님과 둘이 마셨던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10일차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전거를 빌려 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노이에서 일일 투어로 오곤 하지만,
저는 자유여행을 추구했기에 이 모험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말 힘들어서 죽을 뻔했습니다.
구글 지도를 미리 확인했어야 했는데,
이날 자전거로만 40km 이상 달렸던 것 같습니다.

라이딩 전의 소박한 쌀국수 한 그릇

혼자라는 이유로 이런 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름 모를 절에도 발걸음을 옮겨보았고,

15층 높이의 아파트 같은 탑도 눈에 담았다.

사람들이 흔히 타는 보트를 나도 느긋하게 탔다.
그러나 기어 없는 자전거로 40km를 달리니 몸이 지쳐버렸다.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닌빈에서 좀 더 쉬었어야 했지만,
하노이에서 시간을 너무 끌다 보니 그날 저녁 바로 퐁냐로 떠나게 되었다.
퐁냐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쯤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동굴 투어를 신청하고 잠들었던 것 같다.
퐁냐케방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로 유명하지만,
연간 입장 인원 제한이 있고 가격도 매우 비쌌다.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서 폭포와 파라다이스 케이브, 그리고 다른 동굴을 보는 투어를 신청했다.
액티비티가 가능한 동굴도 있었으나 감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폭포로 가기 전 원숭이를 보았다.
우리 투어 멤버는 나와 미얀마 여성, 칠레 여성, 벨기에 남성 두 명, 네덜란드 여성 두 명, 독일 노부부였다.
미얀마와 칠레 사람들은 함께 다녔고,
나머지 사람들은 독일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영어와 한국어밖에 못하는 나는 조용히 있었다.
그래도 칠레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어서 고마웠다.

여기가 첫 일정이었던 폭포였다.
그냥 볼 만했다. 솔직히 여기서 벨기에 남자가 칠레 여성에게 작업 거는 것을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벨기에 남자가 계속 말을 걸고 폭포에 도착했을 때 사진 찍어준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웃긴 건 대놓고 벨기에 남자 앞에서 나에게 사진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다시 올라갈 때도 벨기에 남자가 한 명씩 손을 잡아 주었는데
칠레 여성은 "괜찮아요"라며 혼자 올라갔다.
나는 당연히 호의를 받아들여 감사하며 손잡고 올라갔다.

다음 일정으로 갔던 동굴은 꽤 볼만했다.
이곳은 버기카를 타고 가야 했는데 우연히 다른 팀 홍콩 친구들과 가이드와 함께 타게 되었다.
가이드가 계속 홍콩 친구들과 나를 이어주려 했지만 당시 감기 기운과 홍콩 친구들의 외모 때문에 차갑게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던 것 같다.

동굴에서의 만남과 아쉬움

벨기에 남자를 몰래 찍은 사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음 일정으로 또 다른 배를 타고 새로운 동굴로 향했다.
동굴들은 대체로 비슷했기에 더 이상의 사진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칠레 여성은 여전히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고,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었다.
내가 짧게 대답해도 그녀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칠레 여성이 자신들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가 열린다며 초대해 주었다.
그러나 감기 기운이 점점 심해져서 나는 쉬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녀가 나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왜 거절했는지 아직도 후회스럽다.
그 파티에 갔더라면 평생 맛볼 수 없었던 라틴 음식을 먹을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여기까지가 11일차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