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게 된 3월의 태국 2. (2년 만에 만나는 방콕의 그녀2)
절을 나서며, 토테미즘으로 가득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어디로 갈지 묻자 갑자기 시컨스퀘어라는 쇼핑몰에 가자고 한다.
"왜 거기?"
"그냥 실내 놀이동산이 좋아."
"근데 하필 왜 거긴데?"
그러자 그녀가 "그럼 혼자 가고 싶은 데나 가!"라고 짜증을 내길래, 에휴... 그냥 따라가기로 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예전에 그녀가 아들과 함께 방문했던 4층의 소규모 놀이동산이 있던 장소였다. 그런데 왜 굳이 이곳까지 왔는지 의아하기만 했다.

결국 그녀와 아들의 추억을 구경하듯 한 바퀴 돌아본 후, 아무리 봐도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아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그러다 쇼핑몰 안에 극장이 있는 걸 발견하고 영화 보러 가자고 제안했더니, 그녀도 흔쾌히 동의했다

극장으로 향하던 길, '할랄' 한식 바비큐 뷔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식과 할랄의 조합이라니 묘하게 웃음이 났다.

그런데 하필 선택한 영화가 중국영화였다. (솔직히 제목 찾기 귀찮아서 그냥 ****웅 같은 식으로 생략한다.)
태국 사람들이 중국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느껴졌다. 영화관 경험이 그들의 문화와 예절 수준을 조금은 이해하게 해주는 계기도 됐다. 처음 방문하는 듯했지만, 몇몇 행동들은 불편함을 안겨줬다. 영화 상영 중 플래시를 켜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라든지, 비매너 행위에 대해 설명하려 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피곤함이 몰려왔다.
오프닝 때 나왔던 태국 왕 라마 10세 경례 장면에서도 앉아있어도 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일어나는 모습을 보니, 그들만의 문화적 코드와 공감대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영화 자체는 태국어 더빙에 영어와 중국어 자막이 있어서 꽤 흥미로웠다. 내용은 역사적 설정을 바탕으로 했으나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어 다소 "중국스럽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영상미는 괜찮았고, 상영관 사운드도 좋은 편이라 몰입하기엔 충분했다.
커플석에서는 예상치 못한 경험이 있었는데, 담요 아래에서 서로 가벼운 스킨십이 오가던 중 상황이 다소 진전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상대방의 특정 행동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기억까지 떠오르면서 '왜 이 사람과 다시 만나는 것이 어려웠는지'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영화 관람 후 식사를 함께하려 했는데, 서로 의견 충돌로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사소한 문제들로 스트레스가 쌓였고, 혼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게 됐다. 그런 와중에 상대방이 키우던 반려동물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공감은 어려웠지만, 최소한의 매너로 위로해주려고 노력했다.
방콕 거리를 돌아다니며 매연 속에서 한참 동안 교통수단을 기다려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과 고집 때문에 불협화음이 지속됐다. 이 모든 경험은 잠시나마 위태로운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앞으로 이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모든 경험은 각자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값진 배움이었다.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혈압이 치솟아 뒷목이 뻣뻣해지길래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었는데, 고양이가 다가와 위로해줬다. 순간 울컥했다.
한참을 기다렸던 볼트는 결국 경로를 이탈했고,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알고 보니 처음에 내가 택시를 추천했을 때가 더 저렴했더라.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넘어가려고 하는데, 또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싶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 잘잘못 따지는 건 의미 없으니 그냥 속으로 삼키고 웃음 지어 넘겼다. (대낮에 절 다녀와서 그런가, 마음속 갤러리라도 생긴 기분이다.)
방에 도착하니 너무 더워서 샤워를 했다. 그런데 같이 샤워하자고 농담 섞어 말했더니 단칼에 거절당했다. 변한 것 같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 가운만 걸친 채 기다리며 잠시 그런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그녀는 샤워 후 브라에 반바지까지 입고 나와선 휴대폰으로 영상 보며 화장품을 바르고 있었다. 게다가 간식까지 먹고 있었다. 아니, 보고 싶다고 한 건 도대체 무슨 이유였던 걸까?
밤에 야시장을 가볼까 했는데, 그녀가 또 배부르다고 할 것 같아 짜증이 났다. 그래서 '이젠 끝이다'라고 마음속으로 결심하며 파타야로 떠나는 일정을 잡았다. 호텔 예약을 하려 했지만 성수기 덕분에 방이 없거나 트윈룸뿐이었다. 그나마 가능한 곳도 가격이 터무니없어 결국 적당한 호텔을 선택했다. 하지만 가격은 확실히 너무 비싼 느낌이었다.
결국 전에 헤어진 관계는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다시 이어가면 안 되는 법이라는 걸 되새겼다.
밤 9시쯤 되니 불 끄고 자자고 해서 오랜만에 내 손기술을 발휘해봤다. 그런데 공간도 좁고 혼자 한 시간 넘게 운동한 탓에 체력이 바닥났는지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그녀는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언제나 그렇듯 다시 내 위에 올라타 보려고 했지만, 나는 "그만하자"고 말하며 거절했다.
그녀의 서툰 움직임과 간신히 맞춰가다 결국 에너지는 고갈 상태. 피니시 이후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녀는 씻으러 갔고, 나도 대충 몸을 헹구러 가려는데 다리가 휘청이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관계는 지친다. 독립적인 시간을 보내는 게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