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만 쉽지 않기에 귀차니즘에 물든 방타이 6. 순수함을 잃어버린 푸잉.
이틀 동안 함께하며 막막했던 나를 챙겨준 고마운 푸잉 J2를 소이혹까지 에스코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러다 미스트에서 잠시 봤던 소이혹의 고인물 푸잉 J1과 마주쳤다.
덕분에 엘디를 뜯기고, 팁까지 뜯기며, 소이혹 입구에서 다른 바에 또 들어갔다고 세븐 앞에서 국수값마저 뜯겼다. 웃음만 나올 뿐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한 사이니 기분 좋게 털렸다.
그리고 푸잉 J1이 일을 마치고 내 숙소로 오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숙취가 너무 심해서 죽을 것 같았다.
마사지라도 받으면 또 토할까 봐 그냥 숙소로 와서 누들 먹고 널브러졌다.

밀린 업무를 대충 처리하고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쉬다가 한숨 자버렸다. J1이 일 끝나고 오면 새벽 2시는 되어야 할 것 같기에, 샤워도 생략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반바지만 걸친 채로 그냥 부아카오 쪽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마타도르 라이브 뮤직 바에 들러 콜라 제로만 마시고 있는데, 전날 봤던 나이 든 직원이 자연스럽게 레이디 드링크를 요구했다. 별 생각 없이 한 잔 사주고, 옆자리에서 대충 붙어 있던 다른 직원도 또 레이디 드링크를 요구해서 사주긴 했지만 내가 원해서 한 건 아니었던 터라 기분이 좀 찜찜했다. 결국 체크빌만 하고 나왔는데 정작 콜라는 두 세 모금밖에 못 마신 듯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당분간은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제공한 호의를 그들이 권리처럼 여기는 순간, 왜인지 짜증이 났다. 속도 말끔하지 않은데 더 기분만 상했다.
그 전에 봤던 C 푸잉을 보려고 부아카오 핑크 데빌에 갔다. 역시나 오늘도 별의별 소리를 들으면서 놀았는데, 홍콩 출신 친구들과 친해져서 음악 틀어가며 춤추며 놀았다. 재밌게 얘기하다가 느낀 건, 홍콩 사람들에게 장국영 이야기가 거의 치트키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배우에 대해 얘기하며, 요절한 게 안타깝다고 공감하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이번엔 30대 친구라 그런지 대화도 잘 통해서 좋았다. 밖에 나가 콜라 제로 한 캔을 마시고 더운김에 조금 더 마셨는데, 왜인지 술 취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너무 즐겁게 놀아서 그랬던 모양이다. 다음번엔 나도 남자들 라인을 좀 따서 연락망을 넓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태국말을 잘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 친구는 자주 오는 사람 같았다. 그렇게 대충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새벽 2시쯤, 소이혹에 있던 J1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런데 베프이자 룸메인 J3 푸잉이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울고 있는 바람에 못 올 거라고 전했다. 이해는 되지만 좀 아쉬웠다. J3 푸잉을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었는데, 사실 취향도 그쪽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이미 소이혹 같은 바에서 두 명의 푸잉을 바파인 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나를 은근 피해가는 분위기였다. 이 상황에서 그냥 잘까 하다가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몸을 후딱 씻고 바이크를 불러 스톤하우스를 향해 나갔다. 하지만 이미 창비어걸은 퇴근한 뒤라 크게 소득이 없었다. 게다가 오늘따라 괜찮은 푸잉도 보이지 않아 바로 미스트로 이동했다
이번 여행 와서 미스트는 고작 세 번째인데, 정말 오랫동안 온 사람처럼 보였는지 레이디 픽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2박 픽업했던 J2와 오늘 약속 펑크 낸 J1이 베프 관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J2는 날더러 바람둥이는 죽어야 한다며 대놓고 차단했고, 기분이 좀 묘해졌다. 소이혹 출신한테 이런 말을 듣고 차단당하니 자괴감마저 들었다. 미스트에서도 딱히 픽업될 것 같지 않아서, 결국 밖으로 나와 그냥 새장국 먹으러 갔다. 계속되는 반응에 살짝 한숨이 나오면서도 새벽 공기를 느끼며 홀로 생각을 정리했다.

새장국을 먹으며 뭔가 새로운 만남을 기대했지만, 옆자리에는 필리핀에서 온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그들 또한 다음 날 출국 예정이라는 얘기에 조금 김이 빠졌다. 대화도 그저 영양가 없는 얘기뿐이라 결국 쓸쓸히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도 필리핀에 대해 이것저것 알게 된 시간이라 생각하려는데, 조금은 허전한 마음이 남았다. 오는 길에 무언가 새로운 인연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딱히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조용히 숙소로 복귀해 깊게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제 약속을 깨버린 J1에게서 미안하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정말 미안하다면 당장 와보라 하니 진짜로 온다고 해서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배가 고파 근처 툭 레스토랑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온 그녀가 맛있다며 좋아했다. 음식이 정말 맛집 맞긴 한데, 직원들이 불친절한 게 단점이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한동안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오랜만의 만남이라 그런지 너무 좋았다. 아마도 전날의 새장국 영향도 있었을 거다. 그녀도 자신의 실력이 늘었다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흘러 넷플릭스를 보며 편하게 쉬다가 한숨 더 자기도 했다. 그녀는 바파인을 내고 이것저것 정리한 뒤 오후 8시에 다시 올 거라며 3000밧을 받고 떠났다. 아직 속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일도 남아 있어서, 밖에 나가지는 않고 일을 마무리했다.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즈음, 브로가 만나자고 연락해 와 간단히 씻고 밖으로 나갔다. 젊고 키 크고 잘생긴 브로를 만나 워킹 스트릿 앞에 있는 비어가든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은 참 다양한 감정을 오가게 만드는 것 같아. 뷰는 너무 훌륭하고, 워킹 스트리트 치고는 꽤나 조용한 편이라 여유를 누리기 좋았어. 그런데 아이언 아고고 얘기하니까 웃음이 나네. 진짜 브로, 여기 오래된 단골 느낌 물씬이야. J1이 푸잉 아고고 구경시켜주겠다며 부른다더니 결국 안 오더라. 그래서 징징대길래 그냥 네바다 브로랑 10시 반쯤 헤어졌지.
그런데 갑자기 J1, 왜 그래? 잠수탄 거야? 하긴, 나도 그럭저럭 혼자 돌아다니면서 부아카오까지 걸어다니며 이 가게 저 가게 구경했어. 한편으론 뭔가 슬픈 기분도 들더라. 새장국 같은 감정 속에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결국 부아카오 핑크데빌에서 푸잉 C라는 친구랑 가볍게 놀며 시간을 보냈지. 건전하긴 했는데 조금 장난도 쳤고. 그렇게 지나가다 12시 반쯤 연락이 오더라. 자고 있었는데 왜 전화했냐고 묻더니, 덧붙이길 여자랑 같이 있는 거 아니냐면서 짜증을 내네? 이게 싸우자는 건지.
결국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했어. 그래도 사람 도리란 게 있으니까. 근데 솔직히 너 때문에 쓸쓸하게 이틀 혼자 자야 하냐면서 속으로 좀 투덜거리기도 했지. 미안하다고 하고 당장 온다길래 그래도 막 받아줬어. 참 내가 갈대 같다 싶기도 하고.

얼마 후엔 꾸벅꾸벅 졸면서 닭발국수를 사왔더라. 정말 비주얼은 말 다했어. 그러나 맛은 정말 매웠지. 약간 복수하는 마음으로 웃음 지으며 먹었어. 그러곤 애니 보면서 마무리 짓고 꿀잠 잤다.
아침이 되니 출근하기 싫은지 밍기적대더라. 그래서 한 번 더 애정을 나누긴 했는데, 요즘 얘가 갈수록 순수했던 그 모습은 어디 가버린 것 같아 아쉽기도 해. 그래도 같이 있는 시간이 참 좋으니 만남을 이어가는 것 같아. 끝에 가선 내가 농담 섞으며 "붐붐 원 모어 오어 고 웍?" 물었더니 "고 웍" 하더라고. 그래서 1000바트를 주고 보냈지. 별말 없이 받아가길래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