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만 쉽지 않기에 귀차니즘에 물든 방타이 9. 돌고 돌아 결국 전 여친.
전여친이 내 방에서 머리 감고 남긴 머리카락이나 치우다가 문득 생각이 많아지네. 내 돈은 핑계 삼아 슬슬 뜯어가면서도 미용실비 300밧은 아깝다며 안 쓰던 걸 보면 참 어이없다. 내가 지갑 열 때마다 세금처럼 천밧, 이천밧씩 가져가는 거 보면서도 그냥 웃겨 넘겼었는데 말이지.
그런 기분으로 카톡이나 라인 메세지도 널브러놓고 캐디 얘기도, 방콕 친구도 이제 여기까지라는 생각만 든다. 괜스레 마음 한켠이 허전하네.

마음 정리하려 청소 좀 하고, (콘도 생활의 단점은 이럴 때 확 체감된다) 한숨 돌린 후 성태우 타고 워킹스트리트로 향했다.

스톤하우스에 갔더니 창 비어걸이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더라. 오늘은 워킹스트리트에서 마음에 맞는 애를 픽업하려고 나온 날인데, 얘가 왜 자꾸 친한 척하면서 다른 애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건지 모르겠다. 뭘 원하는 건지도 혼란스럽고, 아무래도 이제 얘랑도 마무리할 때가 된 듯하다.
브로들에게 조언하자면, 푸잉(현지 여자)와 친해지고 싶으면 미리 확실히 알아봐야 한다. 너무 멀리 사는 푸잉이라든가(예를 들어 농눗 정원 근처에 살면서 바이크로 30분 거리 정도 되는 애), 부모님과 같이 사는 푸잉이라면 마음 편하게 접는 게 답이다. 괜히 시간 들이고 기대하다가 무의미한 길로 빠지지 않길 바란다.

스태프들과 싱어들, 그리고 주변의 파란 셔츠들, 심지어 아줌마까지 다 같이 신나게 놀았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싱어들과 스태프들이 나를 고인물 취급하더라고. 웃기긴 했지. 마침 밴드가 YMCA를 연주하길래, 옆에 앉아 있던 파란 셔츠들에게 YMCA 춤을 가르쳐 주면서 같이 위아더월드 분위기로 놀았어. 모두가 미친 사람 보듯 쳐다봤지만, 이제는 그냥 무덤덤해. 재밌었다면 된 거 아니겠어?


그날 밤, 2층에서 놀다가 아래쪽에서 즐기는 죽순이들 구경 중이었거든. 옆자리 푸잉이가 관심을 보이더라. 나름 괜찮은 느낌이었는데, 가슴이 좀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어. 솔직히 조금 끌리긴 했지만, 너한테 훨씬 맘에 든 건 니 친구야. 그런데 그 친구는 또 나한테 딱히 관심이 없더라. 결국 나는 옆자리 푸잉이와 연락처를 교환하면서 그의 친구 라인까지 얻었지.
그러고 나서 2일 뒤, 하나는 방콕으로 돌아가고 다른 하나는 치앙마이로 떠났어. 소이혹에서 만난 J1 푸잉이가 다시 보고 싶다 해서 이들과 작별하고 이동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가 워킹걸이 아닌 줄 알았으면 더 오래 놀았을걸. 진짜 아쉽더라. 당연히 그녀도 워킹걸이고, 죽순이들처럼 그냥 즐기는 줄만 알았지. 항상 이런 식으로 나중에 후회하곤 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