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타이에 로맴을...6(슬슬 마무리) 글 쓰는 와중에 그녀가 지금 메세지 왔네요 둥절???
헤이, 브로들. 오늘 기분 타오른 김에 또 글을 써볼게. 이번엔 좀 슬픈 이야기야.
그렇게 해서 나는 결국 수완나품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게 됐어.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와의 관계가 그렇게 깊지는 않았어.
우리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어. 뭐, 대화 내용은 솔직히 별거 없어. 그냥 남녀 간에 주고받는 달콤한 이야기 같은 거라서 넘어가려고 해.
이제부터 내 슬픔이 담긴 이야기를 꺼내볼게.

그녀와 연락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우연히 디X 갤러리에서 태국과 푸잉들에 대한 이야기들, 그들의 성향이나 문화적 특징 등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의 생활 패턴, 문화 차이, 생각과 행동 방식 등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아, 내가 지금 빠져 있는 건 로맨스라는 거구나. 그리고 그녀도 언젠가는 변하겠구나라는 예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이 무슨 소용인가. 내 마음과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기에, 그녀가 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대했고 대화에 임했다. 한 달 동안 매일 빠짐없이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에 영상통화를 했고, 일이 끝난 뒤에는 다녀왔다고 메세지를 주고받는 것이 우리 일상이 되었다. 나 또한 내 하루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남겨놓으며 그렇게 지내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녀가 하루 반나절 동안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느낌이 왔다. 아, 고객을 만나느라 바쁜 거겠지. 그녀의 일을 떠올리니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고, 나는 그것을 다시 한 번 체감했다. 그때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상하고 복잡한 기분이었다. 분명 뭔가 있긴 한데,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었다.
하루 반나절이 지나고 이틀 차가 되던 날, 나는 괜찮냐는 안부와 무슨 일이 있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알고도 보내는 그런 한심한 메시지였다. 시간이 꽤 흐른 뒤,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F: 나 친구랑 요트 여행 다녀왔어! 이제 집에 와서 씻고 누웠어

요트 위에서 찍힌 그녀의 영상이 머릿속에 맴돌아. 요트 안에서는 그녀와 여성 DJ가 춤을 추고 있고, 뒤쪽 테이블에선 우리 중국 형님들과 세 명의 여자가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
알아, 그녀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 일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어. 그런데도 자꾸 그녀가 제일 예뻐 보이는 거야, 저 상황에서도. "그래, 다른 남자들이랑 이렇게 놀러 다녀왔구나... 이게 로맨스란 건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
그냥 넘겼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재밌어 보인다. 뒤에 남자들은 돈 많아 보인다."
이런 찌질한 말을 내뱉고 말았어...
그리고 그녀가 채팅을 읽고는 한참 동안 답이 없었어. 그 10분이 정말 길더라, 형제들. 너무나 어색하고 초조했던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가 말을 꺼냈어.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복잡해졌어.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물으니 그녀는
“노, 네버 마인드.”
나는 스스로를 원망하며 급히 사과했어.
“내가 너무 바보 같은 말을 했지. 미안해.”
그녀는
"아니야. 일단 난 집에 왔고 씻고 누웠어."
라고 대답했지.

영상을 보내고, 영상통화도 했지. 그런데 그 와중에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또 아프고, 사르르 무장해제가 되어버리더라고.
영상통화를 해본다고 해도 서로 말이 잘 안 통하니까, 컴퓨터로 통역기를 이용해가며 채팅으로 대화하고, 서로 얼굴만 보는 그런 통화였어. 정말 이렇게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싶으면서도, 결국 하게 되더라. 인간이라는 게 참 묘해...
그렇게 무장해제가 된 채로 잘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어.
"오늘은 몸이 너무 힘들어서 하루 쉬고 싶어요."
그때부터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어디 아파?"
"다리가 너무 아파서 오늘은 그냥 좀 쉴까 해."
"아프면 쉬어야지. 건강이 제일 중요하잖아."
"근데 나 쉬려면 돈을 내야 해."
"무슨 돈?"
"난 하루 쉬려면 내가 일하지 않은 만큼 돈을 내야 해."
그제서야 셀프 바파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지.
"그렇게까지 해야 돼?"
"나를 위해 돈 좀 내주면 안 돼?"
"올 게 왔구나... 많은 사람들이 겪었다는 그 패턴..." 하고 속으로 생각했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지. "얼마인데?"
그랬더니 그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어.
"고마워. 그냥 해본 말이야. 내가 알아서 냈어."
"정말 그냥 해본 말 맞아?"
그러자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농담이야. 무슨 돈을 내줘? 오늘은 내가 스스로 내고 하루 쉬려고."
"알겠어. 푹 쉬고 나중에 연락해."
그 메시지를 보고 나니까, 이게 그녀가 나를 단순한 '고객'으로 보고 간을 보는 건지, 아니면 정말 힘들어서 나온 말인지 혼란스러웠어. 그렇게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었고, 그러던 중 어느 날 문득 충동적으로 설날을 포함한 2025년 1월에 4박 5일간의 태국행 비행기 표를 덜컥 예약해버렸어.
나: 표를 보여주며 태국 갈 거야, 이때.
F: ?? 정말로? (태국 사람들은 구라를 많이 쳐서 그런지, 남들도 똑같이 구라라고 생각하나 봐. 진짜? 정말로? 이런 반응은 기본 생활화인 듯.)
나: 응, 표 보이잖아. 그냥 너 보려고 끊었어. 단지 그뿐이야. 가서 너랑 맛있는 거 먹고 쉬다 오려고.
F: 너무 좋아. 정말로. 빨리 보고 싶어.
나: 그래그래, 나도 보고 싶어. 가면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시간 보내자. 시간 돼? 일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F: 응, 쉴 수 있어. 무조건 시간 뺄 거야. 메모 해둘게.
그렇게 그녀와 대화를 이어가며 기다리던 2회차 방타이 방문, 설레는 기대감을 안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진지한 목소리로 얘기를 꺼냈다.
F: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뭔 소리야? 취했니?
F: 응, 오늘 좀 마셨어.
나: 자라.
F: 일하기 싫어... 너 나한테 돈 보내줄 수 있어?
나: 자라.
F: 돈 받으려면 비자, 유니온페이 이런 걸로 받을 수 있어.
나: 하... 나 비자랑 유니온페이 돼. 알아봐.
F: 알겠어. 기다리고 있어.
나: (드디어 올 게 왔구나... 그럼 그냥 10만 원 정도 보내주고 오늘 쉬라고 할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한참 뒤...
F: 아냐, 귀찮아. 그냥 해본 말이야.
나: 아니, 왜 하다 말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야, 또 왜.
F: 아니야. 난 널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나: 알겠어. 잠깐만 기다려. 다음 달에 너 보러 가니까, 맛있는 거 사줄게.
F: 이런 내가 싫어.
나: ...??
F: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그 누구의 사랑도 받고 싶지 않아. 이런 내 존재가 싫어.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 너와 얘기하면 네가 마치 내 남자친구 같아. 그렇지만 난 네 사랑을 받고 싶지 않아. 난 네게 상처만 줄 뿐이야.
나: 알아, 알면서도 그러는 거야.
F: 거짓말.
나: 너 자꾸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없어. 하지도 않을 거고. 뭐하러 거짓말을 해?
F: 너무 슬퍼...
나: 괜찮아. 난 너를 가게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이렇게 될 걸 예감했어. 네 직업 때문에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알 것 같았어. 그래도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거야. 지금 나는 네가 좋고, 현재를 즐기고 있는 거니까.
F: 너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나는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고, 쉬거나 그만두려면 가게에 돈을 내야 해. 그런데 나는 돈이 없어.
그래서 이런 생활이 반복되고 계속 끊어낼 수가 없어.
나: 그럼 돈을 모아. 아니, 됐어... 그게 가능했으면 이런 상황도 없었겠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너에게 돈을 보낼 수 없어. 거짓말이 아니야.
나도 내가 살아가야 하는 생활이 있고, 내가 너를 여기서 구해줄 수는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거야.
F: 넌 참 좋은 사람이야. 근데 난 네게 상처가 될 것 같아.
나: 너도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처음에도 얘기했듯이, 우린 친구야.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이 어쩌다 그런 데였고 그렇게 시작됐지만, 이제는 그냥 친구로 지내는 거야.
너는 나에게 좋은 친구고, 나도 너에게 그런 친구일 거라고 생각해.
솔직히 나에게 태국에서 너만큼 소중한 친구는 없어.
F: 거짓말이잖아.
나: 정말이야. 너 말고 연락하는 사람 없어.
F: 알겠어.
그렇게 대화를 끝낸 후, 뭔가 우리 사이에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어.
그녀의 답변은 점점 단답형으로 바뀌었고, 영상통화도 이전보다 줄었어.
나는 우울함과 허탈감에 빠졌고, 문득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하루하루를 보냈어.
그리고 그렇게 힘든 마음을 안고 울커에 글을 남기게 되었어.
참 길었는데,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게 뭔지 알아? 며칠 동안 연락도 뜸하게 하다가,
마침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어...
F: 잘 지내고 있어?
나: 응, 잘 지내고 있어. 너는 뭐 하고 있어?

그녀는 정말 사람을 다루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 같아. 이게 바로 진정한 로맨스라는 거겠지.
연락이 끊긴 동안에는 별다른 기대 없이 그냥 가서 얼굴이나 보고, 자유도 좀 만끽하며 맛있는 거 먹고 오자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저런 메시지가 와버렸어. 도무지 그녀의 생각을 알 수가 없네.
글을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는데,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네. 원래는 연락이 안 돼서 슬픈 로맨스로 끝내려 했거든. 그런데 이 기세로 봐서는 1월에 2차로 방타이를 다녀오고, 또 후기를 쓰게 될 운명인 것 같은 느낌이다.
참, 마지막 사진은 얼마 전에 그녀가 파타야 불꽃축제에서 찍어서 보내준 사진이야.

이렇게 해서 일단 첫 번째 방타이 로맴 후기를 마무리하고, 다음번 2차 방타이 로맴 후기로 다시 돌아오려고 해.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브로들. 근데 갑자기 또 연락이 와버려서 어리둥절하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