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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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의 휘황찬란 방콕 여행기 - 2 [부제 : 루트66, 세 갈래길 속에서]

인피
2024.12.30 추천 0 조회수 2385 댓글 15

 

방콕에 왔다면 루트66은 한 번쯤 가봐야 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요새 루트66의 성비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종종 봤지만, 그래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한번 가본 뒤 마음에 안 들면 안 가면 되는 거니까.
토요일 밤 10시, 나는 그렇게 루트를 향했다.  
<10:19 PM>  
주말이라 그랬는지, 아직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  
"와, 확실히 규모가 크긴 하네. 성비도 예상했던 것보다 괜찮은 편인데?"  
혼자 여행을 다니고 있었던 터라 따로 테이블을 잡진 않았다. 대신 병맥주 하나를 들고서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클럽 내부를 걸어 다니며 이곳만의 분위기를 느꼈다. 지금껏 다녀본 동남아 클럽들과는 뭐랄까, 조금 색다른 느낌이었다.
"음... 테이블 없이 즐기기엔 역시 쉽지 않겠는데.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주변에는 나의 의지를 금세 꺾을 만한 매력적인 사람들, 특히 인기 많아 보이는 외국인들(소위 영까들)이 보였다.  
"와... 저 사람은 정말 인기 많겠네. 부럽다..."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진 나는 결국 밖으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시며 생각을 정리하려 했지만, 인터넷에서 봤던 '마이 프렌드 라이크 유~' 같은 글들은 전부 저런 잘생긴 사람들이 쓴 건가 싶어 나도 모르게 절망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내 어깨를 누군가 톡톡 건드렸다.  
금발의 머리에 큰 눈, 작은 얼굴, 슬림한 몸매를 지닌 여성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 말도 안 되게 예쁜데?  
"저기, 라이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아... 물론이죠."  
그래, 역시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나한테 관심 있어서 말을 걸었을 리는 없었겠지. 하지만 그녀의 외모가 태국인 같지는 않았다. 금발이라 서양인인가 싶었지만, 또 어디선가 동양적인 느낌도 보였다.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녀가 라이터를 돌려주면서 말했다.  
"근데, 제 친구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네요."  
그녀는 근처 소파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쿨하게 걸어가버렸다.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머릿속이 뒤엉킨 채 나는 본능적으로 손가락이 향한 방향을 살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내 시선을 계속 피하려 했다.  
안 되겠다. 직접 확인하러 가야겠다.  
"안녕, 반가워."  
"어... 안녕. 반갑다. 내 이름은 라미야."  
라미는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금발 친구를 째려보며 왜 그런 말을 굳이 했냐는 듯한 몸짓을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근데 너희 어느 나라 사람이야? 태국어를 안 쓰는 걸 보니 태국인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카자흐스탄 사람이야, 그리고 (금발 친구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혼혈이야."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금발 친구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물론 라미도 충분히 예뻤지만, 혼혈 친구는 더 이상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넘사벽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라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금발 친구는 앞에서 흐뭇한 미소를 띠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라미>  
"너네 이상형이 뭐야?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해?"  
"우리 이상형은 비슷한 것 같아. 사실 우리 둘 다 네가 마음에 들었는데, (금발머리) 친구가 나한테 양보해줬어."  
아... 진짜... 굳이 양보를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대화를 하다 보니 라미가 내가 더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더니 갑작스레 내 입술에 가벼운 뽀뽀를 했다.  
아직 밤 11시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빠르게 진전되는 건 좀 부담스러웠다.  
결국 나는 적당히 거리를 두기 위해 라미와 인스타 아이디만 교환한 뒤, 이따 연락하자고 말하고 클럽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래도 태국에 왔으니, 태국 여자 한번 만나봐야지."  
그녀들 덕분에 바닥까지 내려갔던 자존감은 어느새 다시 충전되어 있었다.  
"그래, 기죽지 말고 도전 한번 해보자.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괜찮았는데, 태국이라고 안 될 이유는 없겠지."  
<12:31 AM>  
자정이 지나자 클럽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나는 클럽 안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며 눈에 띄는 '푸잉'이 있는지 주위를 살폈다.  
늘씬한 몸매에 크고 반짝이는 눈, 그리고 화사한 미소를 가진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어? 방금 나랑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혹시 태국 분이세요?"  
"네, 맞아요."  
"남자친구 없으시면 저랑 인스타 친구 하실래요?"  
"네~ 남자친구 없어요. 휴대폰 주세요."  
그렇게 그녀와 인스타그램에서 맞팔을 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도 괜찮았겠지만, 나는 늘 연락처를 받은 후에는 빠르게 자리를 피하는 편이다.  
이 방식이 뭔가 여운을 남겨 그녀가 나를 더 궁금하게 만들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새벽 1시 11분. 소파에 다시 앉아 담배를 피우며 조금 전에 인스타에서 맞팔한 푸잉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인스타 아이디 주셔서) 감사해요.  
넹.  

 

 

<대화 캡쳐는 한국에 와서 진행했으므로 시간은 한국 시간 기준입니다. 실제로 대화한 시간은 태국 시간으로 오전 1시 11분입니다.>  
답장이 간단하게 왔지만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내가 잠시 대화를 멈추고 읽고만 있으면, 그 푸잉이 나를 더 궁금해할 것이다.  
"나는 꼭 너 아니어도 상관없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음...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을 한 명 더 찾아볼까?  
혼자 고민하던 중,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들자 태국 남자가 서 있었다.  
아... 난 남자에게 관심 없는데.  
"아, 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 친구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하네요."  
그 남자 옆에는 귀엽게 생긴 여자애가 서 있었다.  
오늘 마주친 여자들 중 가장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의 몸매는 내 기준에서 거의 완벽했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슬림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체형이었다. 또한, 그녀는 아시아인 같지 않은 크고 매력적인 눈을 가지고 있었다.  

 

 

저 여자애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건가?  
"친구 태국인이에요?"  
"아니요, 제 친구는 중국인이에요. 근데 한국말을 잘해요. 같이 대화해 보실래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내게 중국인 친구를 소개해 준 푸차이는 씨익 웃으며 알아서 자리를 비켜줬다.  
이 녀석, 마음에 드는데.  
"안녕하세요. 갑자기 말 걸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반가워요. 그런데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네, 저는 중국인인데 혼자 한국어 공부하고 있어요."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마치 한국인이 아닌지 의심될 만큼 자연스러웠다. 우리는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 손을 잡고 있었다.  
"너 솔직히 말해봐. 한국인 아니야? 한국어 왜 이렇게 잘해?"  
"아니~ 나 진짜 중국인이라니까."  
"그럼 중국어 해 봐."  
"니하오."  
"ㅋㅋㅋㅋ 그 정도는 나도 하겠다!"  
분위기가 점점 편해지자 그녀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내 옆구리를 찌르며 "너 뱃살 있어?"라고 묻는다.  
"궁금하면 만져보든가."  
그 말을 듣고 그녀는 내 배를 조물조물 만졌다.  
"음~ 별로 없네."  
"그럼 이제 내 차례지?"  
나도 장난삼아 그녀의 배에 손을 얹었다. 딱 봐도 군살 하나 없는 몸매였다. 하지만 괜히 욕심에 한번 만져본다.  
"너는 전혀 없네."  
그녀가 갑자기 묻는다.  
"너 호텔 언제 갈 거야?"  
"갑자기? 음... 이제 슬슬 가야 할 것 같아."  
시간은 이미 새벽 3시. 사람들도 하나둘 빠져나가던 시점이었다.  
"그럼... 나랑 같이 갈래?"  
그녀가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  
태국에서의 첫날밤을 푸잉이 아닌 중국인과 함께 보내도 괜찮은 걸까?  
망설이던 내 휴대폰에는 두 개의 알림이 떠 있었다. 하나는 라미에게서 온 메시지, 다른 하나는 아까 인스타그램에서 맞팔한 푸잉의 메시지였다.  

 

 

<인스타 맞팔한 푸잉에게서 온 DM. 역시 너가 못견디고 먼저 연락할 줄 난 알고 있었지>

 

 

다행히 라미와 인스타를 서로 맞팔 중인 푸잉은 내가 중국인 여자와 소파에 함께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오늘은 누구와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 밀려온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세 갈래의 길 앞에 서서, 수많은 생각 끝에 마침내 하나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태국에서 겪게 될 가장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줄은 그 순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회에서 공개됩니다...  
브로들, 원래 이 날의 이야기를 한 번에 다 끝내 보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서 어쩔 수 없이 나눠야 할 것 같아 ㅠㅠ  
거기에 사진까지 편집하려니 시간이 더더욱 오래 걸리네!  
브로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아?  
좋아요와 댓글은 다음 글을 작성하는 데 큰 힘이 되니까 많이 관심 가져줘!!  

댓글 15


캬 대륙을 ㄷㄷㄷ
정복을 ㅋㅋㅋ

대륙 정복? '''
대륙은 정복해야죠

방타이에서 중국을 ㅋㅋ
호기심 발동 ㅋㅋ

이런 경험 너무 신선하네 ㅋㅋ
좋지요 ㅋㅋㅋ

역시 해외 나오면 오픈 마인드 좋네
확실 무장 해제 제대로네요

지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광개토대왕 모드 인가 대륙 정벌

부 럽 다

대륙 토벌을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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