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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푸잉 맛집과 방랑자의 여정 (8번째 태국 여행 이야기) [7.8]

우월
2025.03.06 추천 0 조회수 987 댓글 7

 

<7, 8일차>   
마지막 호텔, 씹까오  
여행의 끝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괜히 설레기도 하고, 은연중에는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침에는 커피 한 잔으로 몸을 깨운 뒤, 조용히 흘러간 캄펭펫 여행의 잔향을 되짚으며 쌓여 있던 DM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답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어라, 이 호텔에 수영장이 있었네? 그런데 한 번도 써보지 않았다고?  
체크아웃 전에 부랴부랴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고민할 틈도 없이 다시 올라왔다.  
물은 너무 차가웠고,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와 오래 머무를 엄두가 안 났다. 그냥 추위를 참고 수영할 열정은 내게 없었던 거다.  

 

 

한편, 매일 연락을 주고받던 콘캔 푸잉이 또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오늘이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며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내 일정상 마지막 날은 아니었지만, 2주 후 방콕으로 돌아올 예정이라 굳이 바로잡지 않았다.  
어쩌면 나도 조금은 마음 한구석에서 이 헛헛함을 메울 궁리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P.M 1:00**  
호텔 체크아웃을 하기 전 마사지샵에 먼저 들렀다. 거기에서 푸잉에게 함께하자고 했더니, 라마 9쪽에 살고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달려왔다.  
이후 둘이 새 호텔로 이동해 체크인을 마치고 슬슬 배가 고파져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태국에서도 차려진 밥상에는 늘 맛집 하나쯤 숨어 있더라.  
늦게 먹어서였는지 식사가 기분 좋게 더 맛있게 느껴졌다.  
특히 일본 가정식 메뉴를 고민 끝에 공들여 시켰는데, 재미있게도 푸잉이 주문했던 요리가 재료가 소진되어 내 것과 같은 메뉴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는 모습이었다. 뭐랄까, 꽤 쿨한 성격의 친구였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우리는 호텔로 돌아갔다.  
어제 캄펭펫이와 미리 열어뒀던 조니워커 블랙이 남아 있었는데, 오늘은 이 술이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콘캔 푸잉이의 차례가 되었다.  
몇 잔 함께 나눈 후 가벼운 피로가 몰려오길래 그냥 침대에 누워 잠시 쉬기로 했다.  
혼자 여유롭게 술을 즐기겠다고 하더니 내가 눕자마자 자리 정리를 시작하는 그녀를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났다.  
보통 다른 푸잉들에 비하면 이 친구는 뭔가 깨끗하고 세심한 성격을 자주 보여줬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마신 뒤 빈 잔과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고, 떠나기 전에 내 침구까지 정리해두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P.M 5:40**  
콘캔 푸잉이는 곧 돌아갈 버스를 타야 했고, 나는 짧은 낮잠을 자고 마지막 밤을 즐길 준비를 하기로 했다.  
하나 웃긴 건 이번에도 서로 같이 샤워하자고 농담처럼 말만 하고, 결국 각자 따로 샤워를 마쳤다는 점이었다.  
조금 강렬했던 마사지 타임도 지나가고… 이제 이 친구와의 만남도 벌써 여섯 번 혹은 일곱 번째가 되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사실 이 관계는 매번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특별히 실망스러운 기억조차 없는 편안한 만남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종의 안정감마저 느껴졌다.  
다만, 항상 그녀는 내 입술 언저리에 립스틱 자국을 남기곤 했었는데, 그걸 초반엔 몰라서 그대로 밖을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민망했지만, 오늘은 그녀가 직접 내 입가를 물티슈로 깔끔하게 닦아줘 그런 걱정은 없었다.  
콘캔 푸잉이는 집 근처 콘도를 잠시 들렀다가 버스를 탈 거라고 했다. 우리는 간단히 작별 인사를 나눴고, 그제야 오랜만에 나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다녀온 레스토랑 하나는 한국에서 태국 여행 동영상을 보다가 알게 되어 스크랩해둔 곳이었다.  
코타 근처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주변 골목이 한눈에 봐도 아기자기하고 예뻤던 기억이 있다.  
이런 멋진 장소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조금 아쉽기도 했다. 음식 맛 역시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길에 이번 여행에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코리안타운을 지나쳤다. 푸잉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흡연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과 잠깐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였기에 잠시 시선만 주고 지나쳤는데, 몇 분쯤 뒤 다시 보니 그녀의 친구는 이미 자리를 뜨고 혼자 남아있었다. 그리고 계속 나를 의식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내가 왜 말을 걸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막날이라 그런지 적극성이 떨어져 있던 내 모습 때문이다. 코타에서는 대체로 현지 푸잉들도 한국인이라면 대화를 잘 받아주는 편이라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여러모로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내 스스로 자존감을 조금 더 높여야겠다고 다짐했다.  
**P.M 9:10**  
예전에 방콕에서 묵었던 Red Planet 바로 옆 지하에 꽤 괜찮은 라이브 재즈 바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검색해서 그곳에 가봤고,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확실히 라이브 바는 그곳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 방콕에 간다면 야시장이나 라이브 바는 꼭 한 번 경험해봐야 할 것 같아. 이곳은 라이브 밴드에게 팁을 주는 문화가 거의 없는 대신, 음료나 술값 자체가 꽤 비싼 편이지만, 그 분위기는 가격을 충분히 납득하게 만들었어.
그날 테이블에 있던 한국 여자 3명은 참 매력적이더라고. 아무래도 내 눈에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것 같아. 그리고 여기야말로 여자친구가 있는 친구들과 함께 오면 딱 좋은 장소인 것 같았어. 나는 혼자 갔는데, 바 카운터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 나만 남자였고 나머지 다섯 자리는 여자가 혼자 앉아 있더라고. 옆자리에는 아시아 여성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팝콘 먹을래?" 하고 말을 걸었는데, 가볍게 "No. I'm OK"란 대답과 함께 거절당했어. 
그래도 마지막 밤을 혼자 보내고 싶진 않아서 분위기가 괜찮은 바에서 파타야 출신의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어.

 

 

온다고 하길래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 그 친구는 터미널 21의 3층에서 일하는데, 내 숙소와도 가까운 곳이라 편했어. 그런데 그와 동시에 콘캔 출신의 다른 친구한테서도 연락이 왔지.

 

 

(참고로 그날 에까마이에 들러 요즘 핫하다는 클럽 Thay에 가보려 했는데 토요일 오후 8시였음에도 벌써 만석이라 그냥 돌아섰어. 분위기는 진짜 재미있어 보이긴 했어.)
결국 나는 두 사람 중 누구를 만날지 고민해야 했어. 마지막 날이었으니 더 특별했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을 준 워킹 스트리트의 친구를 만나야 하나, 아니면 3일 동안 꾸준히 챙겨주고 계속 연락을 이어온 착한 친구를 만나야 하나 고민됐거든. 만약 너라면 누구를 선택했을 것 같아?
결국 나는 둘 중 한 명과 새벽 4시 반에 돈므앙 공항으로 향했어. 공항까지 배웅해준 친구에게 고마웠고, 마지막으로 사진이라도 남기려고 들고 갈 수 없었던 꽃을 예쁘게 찍어뒀어.
이번 여행 후기가 이렇게 길게 이어졌네. 다음 태국 여행은 올해 추석쯤 계획 중이야. 참고로 5월엔 대만에 갈 티켓을 이미 예약해놨어. 이제 태국만 가지 말아야지 싶어서 말이야. 
귀국해서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예상보다 날씨가 그리 춥진 않더라. 오후 3시쯤 도착해서 배가 좀 고프긴 했는데, 중간에 기내식도 먹었어서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더라고. 이렇게 또 한 번의 여행이 마무리되었네!

 

 

저녁 메뉴로 겨울철 별미인 방어를 시켜 먹으며, 참이슬 오리지널과 함께 추억을 되새겼어.  
솔직히 가격은 좀 세더라, 진짜.  
하지만 댓글로 의견을 나누는 건 언제나 환영이고, 그런 소통이 나에게 큰 힐링이 돼.  
이번에도 마치 나와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공감해준 브로들에게 미리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댓글 7


즐달 그렇게 하시고 마무리 까지 ㄷㄷㄷ

그래도 꽉 채운 여정이네요

방어까지 ㄷㄷ

바로 현타 안오심까

바로 오라 오라 각 암니까

언제 또 바로 발권 가심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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