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쏠아다 30대 파오후의 파타야 여행기 6편
6일 차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처음으로 태국에서 조식을 먹어봤습니다. 블랙우드 조식이 맛없기로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조식이란 게 다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베이컨이 넉넉히 나와서 꽤 마음에 들더군요. 하지만 그날 한 번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게 됐습니다.


조식을 마친 뒤로는 바로 앞에 있는 마사지샵에 가서 시원하게 마사지를 받고, 욕조 목욕도 한번 즐겼습니다.

그 후에는 전날 여행으로 쌓인 피로가 덜 풀려 좀 더 쉬었다가 터미널 21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쇼핑도 조금 하고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오후 4시쯤 늦은 점저로 아르노 햄버거를 먹었죠. 여기 햄버거는 정말 끝내줍니다. 스테이크도 맛있지만, 햄버거 또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에요.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선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 도장을 찍으러 혹성(?)으로 출발했습니다. 다녀온 뒤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구나 싶어, 옆 야시장에서 땡모반으로 속을 달랬습니다.

속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소이 혹을 지나다 보니 ‘아바라이스’인가 하는 곳이 눈에 띄더군요. 정확히 어떻게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 들어가 맥주 한 잔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등에 올라오는 못생긴 소이 혹 사진들을 누가 찍는지 궁금했는데, 마침 그 사진을 찍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촬영자는 바로 어떤 아저씨였더군요.
그렇게 사진 찍는 걸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서양 여성들이 명함처럼 생긴 종이를 나눠주며 돌아다니더군요. 가게 안에서 사진을 찍던 푸잉들에게도 나눠주는 걸 보고 뭐냐고 물어봤더니 외국어 학원 광고지라고 하더라구요. 이런 것도 직접 나눠주다니 신기했습니다.


소이 혹에서 그렇게 시간을 대강 보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벌써 9시 가까워졌습니다. 이후 워킹 스트리트로 이동하여 안쪽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아고고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팔라스에 들렀다가 핀업으로 이동했는데, 꽤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어, 단발머리에 느낌도 좋네? 싶어서 직원을 불러서 "저 사람!" 하고 지목했더니 "오케이" 하며 LD를 하나 가져와 줬다. 푸잉(댄서)도 나를 보며 눈을 맞추고 웃어주는 게 마음가짐도 괜찮아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춤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타쿠 같은 인상의 중국인 남자가 그 푸잉 앞에 서더니 뭐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푸잉도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무언가 대답을 했고, 두 사람은 한참을 얘기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그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마침 춤도 끝나서 이제 푸잉이 내 쪽으로 오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푸잉이 내 자리로 와서는 내 LD 잔을 손에 들고 "컵쿤캅~" 하고 인사를 하더니 갑자기, "암쏘리 마이프렌드, 미 바파인, 소 아이 고잉 나우"라고 말하면서 떠나버렸다.
???
???
뭐?!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그대로 사라졌다. 황당해서 직원과 마마(매니저)를 불러서 상황을 설명했다. 푸잉이 내 옆에도 오지 않고 바파인(바깥으로 데려감) 당해서 나가버렸는데, 내가 주문한 LD 값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 직원은 알아보겠다고 들어가더니 한참 뒤에 와서 취소가 안 된다고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 사이 푸잉은 그 중국인 남자와 함께 이미 나가버렸고, 마마에게 다시 항의해도 무심한 태도로 대꾸만 할 뿐이었다.
기분이 너무 엉망이었다. 화가 나서 "엊그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정말 화났다. 장난치는 거냐"고 강하게 말하자 직원이 정말 미안해하며 다음번 레이디 LD 값 한 잔은 면제해 주겠다고 했다. 그나마 조금은 화가 누그러졌지만, 그 순간 누구를 픽해보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져 그냥 아니 됐다 하고 나왔다.
하... 이렇게 뒤숭숭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락 스피릿을 충전하러 핫튜나로 향했다...


그날 따라 양키 형님들이 이상하고 별로인 곡들만 신청해서 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 기분도 엉망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연주도 영 흡족하지 않았고 말이다. 그래도 굳이 여행까지 와서 기분 나쁜 걸 끌어안고 있어봐야 나만 손해라는 걸 깨닫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갑자기 문득 "아, 이왕 이렇게 된 거 헐리 솔플이나 가볼까?"라는 다소 황당한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결심했으니 실행!


때마침 시간이 대략 자정쯤이었을 때였다. 조니워커 레드 1리터를 주문하고 들어가 보니 입구 바로 앞 테이블이 비어 있더라. 웨이터가 그 자리로 안내해 주길래, 자리 잡는 데 우선 감사하며 앉았다. "그래, 이만하면 자리가 있는 게 어디야"란 생각으로 혼자 조니레드를 홀짝거리면서 웨이터에게 팁도 주고, 슬슬 리듬에 몸을 맡겼다. 둠칫둠칫 리듬에 맞춰 기분을 좀 풀다가, 중간에는 윤도현의 '나는 나비'가 라이브로 흘러나와서 더 재미있었다. 그야말로 웃음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놀다가 문득 내 바로 옆 테이블에 동양인 남자가 앉아 있는 게 보였는데, 그 남자가 꽤나 예쁜 푸잉 두 명과 함께였음.
자리 배치도는 대충 이런 느낌.
남자/푸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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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푸잉
내 옆에 앉아 있던 푸잉이 특히 화면 속처럼 내 스타일로 너무 예뻤던 거임.
하... 말을 걸고 싶었지만, 남자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참았음.
그냥 조용히 술이나 홀짝이면서 음악 리듬에 맞춰 어깨만 살짝살짝 움직이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그쪽 테이블에서 먼저 말을 걸어옴. 남자랑 푸잉들이 "같이 짠~!" 하자고 해서, 다 함께 따라 술잔을 들고 짠~~함.
그렇게 술을 몇 잔 더 같이 마시다가, 그 남자가 나한테 혼자 왔냐고 물어봄. 그래서 솔직하게 "응" 하고 대답했더니, 놀랍게도 내 옆에 있던 푸잉도 혼자라며 같이 노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거임.
진짜...? 이렇게 되나...? 하고 잠깐 멍했지만 너무 좋은 기회라 바로 "ㅇㅋㅇㅋ" 해버림. 순간 얼떨떨했음 ㅋㅋㅋㅋㅋㅋㅋ
들어보니, 그 동양인은 홍콩 사람이었고, 푸잉 둘은 자매였음. 홍콩 성림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됐는데, 내 옆에 있던 푸잉이 동생이고 건너편은 언니더라.
넷이서 술 먹고 게임도 하고 즐겁게 놀았지. 그러다 옆에 있던 푸잉이 내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냄.
"나 워킹인데 괜찮아? 7000인데…"
솔직히 너무 아름다워서, 태국에 오면서 봤던 푸잉들 중에서도 제일 예쁜 사람이라 딱히 고민 없이 바로 "ㅇㅋ" 했더니 애가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라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신나게 놀다가 숙소로 돌아갔음. 욕조에서도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했음.
